"선거 분위기 편승 장밋빛 전망만 제시"…권혁세 금감원장 쓴소리

입력 2012-12-13 10:34:25

최장기 불황지표 속속 나오는데…

"건국 이래 최장기 불황이 될지도 모를 지표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선거 분위기에 편승해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고 정밀한 대책이 없다면 경제위기가 올 것입니다."

최근 금융 상황을 진단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쓴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금융계 고위관리가 경제 상황을 비관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권 원장은 최근 우리 경제를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일본에 비교했다. 일본과 비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는 "앞으로 5~10년가량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경기는 부동산 가격 하락, 하우스 푸어 양산, 다중채무자 급증 등의 이유로 1990년대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의 경제 기조가 전이될 수 있다고 했다.

권 원장은 이어 "올해 수출이 차지하는 국내 성장기여도는 무려 70%를 차지하고 있으나 내년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 의문이다"며 "가계부채 증가, 투자 위축, 내수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울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때문에 발생하는 연간 이자만 60조원, 국민총생산 대비 5%에 달하는데 이 같은 상황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결국, 투자촉진과 재정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인 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이 경제 관료로서는 금기시 하는 '경제 비관론'을 들먹이는 데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권 원장은 "경제는 심리적 요인도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심리 불안을 일으켜 경제를 위축시킬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다. 다만, 실상을 정확히 판단하고 국민께 제시할 때 정확한 진단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국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모두가 제대로 알고 책임의식을 갖는다면 경제 안정은 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쓴소리 범위는 금융권 인사 분야까지 확대됐다. 최근 대선 분위기와 맞물려 일부 금융계가 술렁이는 것을 파악한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가를 중심으로 '누가 당선되면 어느 어느 자리는 어느 지역 출신으로 돌아간다'는 등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권 원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대선 분위기에 편승해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하는 금융권 인사들이 적발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계 탕평책 등이 공약으로 나오거나 명문화된다면 금융권 근무 분위기가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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