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사랑하면 보입니다.

입력 2012-12-11 10:53:22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12월하고도 3분의 1이 지나갔네요. 저는 2주간 캄보디아 출장을 갔다가 지난 토요일 돌아와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날씨가 춥더군요. 그렇지만, 몇 십 년 만의 최고 추위라는 일요일 평소와 다름없이 산책을 나섰습니다. 대구에서 마주하는 눈은 추운 날씨에도 정말 좋았습니다. 지난여름, 그 많은 시민들로 꽉꽉 찼던 휴일의 월드컵스타디움은 싱그러운 겨울바람과 경사진 눈 덮인 도로에서 눈썰매를 타는 몇몇 가족 나들이객들로 색다른 정취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와 산학연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때를 제외하고는, 캄보디아 체류 2주 내내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3, 4시간을 프놈펜 시내를 여기저기 걸었습니다. 캄보디아는 국민소득 1천 달러의 가난한 나라입니다. 프놈펜 시내의 주요 교통수단은 '툭툭이'라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관광 지역을 제외하고 캄보디아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가 프놈펜임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는 늘 전기가 부족하고, 거리 곳곳에서 걸인들이 구걸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프놈펜을 걸으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건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간이식당에도 와이파이 무료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산책 중에 만난 미술상 거리는 예술대학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도로 건너 대학의 현역 교수와 학생들의 그림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처럼 전시 문화와 예술적 환경은 부족했지만, 예술이 바로 시장과 결합되어 왕성하게 거래되고 있더군요. 톤레삽 강가를 따라 형성된 카페들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의 카페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다양한 연령대의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점과 카페에는 음식과 음료의 수준은 낮았지만, 영어를 포함한 메뉴판이 거의 대부분 준비되어 있었고, 직원들은 친절하고 몇 마디의 영어로 손님들을 극진히 응대하는 글로벌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프놈펜 여기저기에 형성된 전통시장에서 정말 엄청나게 많은 풍부한 농산물과 종류를 알 수 없는 옷가지들이 아주 저렴하게 거래되는 점에서, 이 나라가 농업 국가이자 봉제 및 의류 산업 국가인 것을 직감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계란을 담을 케이스조차 제대로 생산되지 않았지만, 시장바닥에 빽빽이 펼쳐진 계란들과 꼬불꼬불 미로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봉제 의류 가게들은 내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프놈펜을 거닐며 마음에 사랑이 채워지자 새로운 캄보디아가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프놈펜의 살아 있는 에너지였습니다. 프놈펜에서 본 캄보디아는 농업 분야, 관광예술 분야 그리고 정보통신산업 분야 등에서 엄청난 미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제가 맡은 캄보디아 과학기술 전담 조직의 상세 설계 파트에 잘 녹여 넣으려고 최선을 다했죠.

저는, 몇 년 전부터 대구를 프놈펜 못지않게 자주 걸으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월드컵스타디움 주변의 아름다운 공원과 자연, 성서산업단지에서 마주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강소기업들, 젊은 CEO의 눈빛이 살아 있는 섬유기업들, 나날이 이용률과 규모가 커지고 있는 엑스코 전시 공간,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세계적 융합기술 연구중심대학 DGIST, 그리고 대구 곳곳을 메우고 있는 명품 오페라, 콘서트 및 미술의 향연 등 헤아릴 수가 없이 많은 가치들이 대구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전 지인들에게 시간이 될 때마다, 대구 시내를 걸어 보라고 권합니다. 대구를 보게 되면 대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구를 사랑하게 되면 대구의 현재뿐만 아니라 대구의 밝은 미래도 보게 될 것입니다. 프놈펜을 걸으며, 캄보디아의 역동적인 미래를 보았지만, 난 오늘은 차가운 날씨 속 대구를 걸으며, 희망찬 2013년의 대구를 보려고 합니다. 사랑하면 보이겠지요. 대구의 밝은 미래가 보일 때까지 대구에 대한 사랑을 유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새삼 생각합니다.

윤진효/DGIST IT융합연구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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