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의자 딸 위해… 포항북부署·주민 팔걷어

입력 2012-12-10 10:56:02

홀로 남자 집수리·생필품

"저희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시고 집까지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폭력으로 구속된 피의자 가족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돕기 위해 경찰, 주민 등이 한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펼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달 5일 경북경찰청에 여고생 A(17'포항시 북구 청하면) 양이 쓴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자신의 아버지가 구속된 후 파출소장과 경찰서장이 비가 새는 집을 수리해주고, 이후 출소한 아버지를 취직까지 시켜 줘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경찰청장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였다.

포항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A양의 아버지(50)는 지난해 12월 술에 취해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구속됐다. 이전에 그는 술을 마신 뒤 주먹을 휘둘러 4건의 전과 경력이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의 구속으로 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홀로 남은 A양은 비가 새고 보일러도 작동되지 않는 집에서 먹을 것도 제대로 없이 지내야 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포항 북부경찰서 청하파출소 김관해 소장은 A양의 딱한 사정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김 소장의 요청에 따라 포항 북부경찰서 오동석 서장과 직원들은 A양을 위해 수사 포상금과 십시일반 모은 성금 등으로 A양의 집 보일러를 고쳐주고 생필품도 전달했다.

사랑의 손길은 계속 퍼져 나갔다. A양이 살고 있는 집 인근 주민들과 자율방범대가 나서 집 청소를 해주고 생필품을 사주면서 A양 부모의 역할을 자처했고, 포스코건설도 허물어져 가는 A양의 집을 전면 수리해줬다.

특히 김 소장은 A양의 아버지가 6월 출소하자 직접 보증인을 자처하며 한 건설업체의 노무자로 취업시켜 줬다. 결국, 주변의 도움에 감동을 받은 A양의 아버지는 마음을 다잡고 성실히 일하며 딸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A양은 편지로 "비록 아버지가 건설현장에서 힘든 일을 하시지만, 자신을 믿어준 분들에게 누가 될까 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일터로 나가고 계신다. 일하고 집에 들어오셔서는 학교에 간 저를 기다리며 밥도 지어놓고 빨래도 하고, 집안일도 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볼 때면 너무나 행복하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 대신 파출소장님 등 도움을 주신 분들께 작은 선물을 안겨주세요"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동석 포항 북부경찰서장은 "이번 편지를 보고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주민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A양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라날 때까지 전 직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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