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허삼열 씨·子 허재원 씨 노숙자들에 무료 급식 봉사
9일 오전 6시 대구도시철도 1호선 대구역 2번 출구 앞. 영하 6℃의 추운 날씨였지만 노숙자 50~60명이 아침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 있었다. 칼바람을 맞으며 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가운데 부자(父子) 자원봉사자가 눈에 띄었다.
주인공은 허삼열(58'대구 수성구 범물동)'재원(29) 씨 부자. 아버지 허 씨는 식판을 들고 서 있는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 주고 있었고, 아들 허 씨는 노숙자들이 밥을 다 먹고 반납한 식판을 설거지하고 있었다. 밥을 다 먹은 노숙자들은 허 씨 부자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허 씨 부자는 오전 7시까지 약 180명의 노숙자들에게 아침을 제공했다.
허 씨 부자는 매주 일요일 오전 대구역 주변 노숙자들이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아버지 허 씨는 6년 전부터, 아들은 4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일요일마다 노숙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허 씨는 평일에는 대구 공군기지 81항공정비창에서 군무원으로 일하고 주말은 노숙자들을 위한 급식봉사를 하느라 바쁘다. 허 씨가 매주 일요일마다 급식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허 씨는 "6년 전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던 중 같은 동네 이웃 중에 매주 일요일 아침 노숙자들에게 급식봉사를 한다는 사람이 있어 관심이 생겼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 허 씨는 4년 전 아버지가 팔을 다쳐 수술했을 때 아버지를 대신해 따라나갔다가 자원봉사에 매력을 느끼고 아버지와 함께 매주 일요일 아침 급식봉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허 씨 부자가 오전 6시 급식봉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오전 3시 30분쯤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야 하지만 허 씨 부자는 힘들지 않다고 했다. 허 씨 부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니 힘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4년 동안 매주 일요일 부자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부자간의 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아들 허 씨는 "평일에는 아버지와 집을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이 맞지 않아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었는데 봉사활동을 같이 하면서 아버지와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4년간 급식봉사를 하면서 밥을 먹은 사람들 중 허 씨 부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항상 '감사하다' '고맙다'는 노숙자들도 많고 커피 한 잔을 가져와 보답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허 씨는 "여기서 밥을 먹은 한 노숙자가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와서 '그때 밥이 고마웠다'며 큰 비닐봉지에 빵을 담아 가져왔다"고 말했다.
허 씨 부자는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행복"이라며 "봉사단원들이 20만~30만원씩 자비를 들여가면서 봉사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일단 한 번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오기 시작하면 마치 '봉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계속 나오게 됩니다. 봉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자와 같은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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