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전문학교 그룹 '지케이 학원'을 가다
계명문화대학교 신임 교수와 교직원 17명은 3~6일 일본 '지케이(滋慶)학원그룹'(The JIKEI Group of Colleges'이하 지케이) 초청으로 현지 연수를 다녀왔다. 36년 전 학교를 연 지케이는 현재 오사카, 도쿄, 고베 등 일본 곳곳에 산하 57개 '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최대의 학원그룹이다. 학령인구 감소, 고학력 인플레, 청년 실업….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 닥쳐온 위기를 그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생존전략 '취직제일주의'
"업계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기른다."
계명문화대 연수단이 3일 차례로 방문한 오사카스쿨오브뮤직전문학교(OSM)와 오사카커뮤니케이션아트전문학교(OCA). 오사카 중심가의 빌딩 2, 3개로 이뤄진 이 학교들은 층마다 작은 강의실과 실습실로 꽉 채워져 있었다. OSM은 작곡가, 댄서, 가수, 연주자, 공연 엔지니어 등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를, OCA는 만화가, 애니메이터, 게임프로그래머 등을 양성하고 있다.
계명문화대 생활음악과를 졸업하고 현재 OSM 작곡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은주(23) 씨는 "작곡에 필요한 녹음'연주설비가 수준급"이라며 "현업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수업 때 주는 팁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올해 4월 OCA 프로만화가 전공에 입학한 황지환(22) 씨는 "학교에서 학생이 필요로 하는 수업을 기꺼이 만들어주고, 학생을 세세하게 챙겨준다. 유명출판사 편집장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작품을 봐준다"며 "일본 게임회사 캡콤에 취업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케이는 1976년 치과기공사학원을 시작으로 현재 음악, 디자인, 게임, 만화'애니메이션, 의료 등 10개 분야 57개 전문학교(1987년 지케이COM그룹 개교)를 거느리고 있다. 전문학교는 기존 단기(短期)대학이나 4년제 대학과 달리 직업'기술교육을 통한 취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전문대와 직업전문학교의 중간쯤이다. 2012년 기준 일본 고교 졸업생 전체 98만여 명 중 17만여 명(16.8%)이 전문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일본 내에는 현재 3천여 개의 전문학교가 있지만 상당수가 학생 수 100여 명 미만. 학생 수 3만5천여 명에 이르는 지케이는 일본 최대 '전문학교 그룹'으로 통한다.
지케이의 우키후네(浮舟) 총장은 "'업계와 직결된 직업교육으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게 지케이의 미션"이라며 "이를 위해선 학생'업계'지역사회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실학교육, 인간교육, 국제교육 등 3가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 중 실학교육은 지케이의 표현대로 옮기면 '즉전력', 즉 사회에 나가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력을 가르친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학들이 자주 쓰는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와 비슷한 표현인데,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즉전력으로 제시했다. '팔리는 능력' '먹히는 능력'이라는 직설적인 표현도 했다. 우키후네 총장은 "결국에는 업계들이 우리가 배출한 학생들을 통해 지케이를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학생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지케이의 특성상 학생 취직의 성패가 학교의 명운과 직결된다.
이런 즉전력을 바탕으로 지케이 출신들은 업계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업계 현업 전문가들이 수업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기업체와 함께 학생이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기도 한다. 일례로 페라리 디자인으로 재능을 인정받은 한 학생은 자동차회사 닛산에 취업했고, 뛰어난 작곡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은 일본 엔터테인먼트계 대기업인 에이벡스에 취업한 사례도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 소중히
지케이 한 관계자는 학교의 성패는 '평판'에 달렸다고 했다. "우리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공헌하는가, 우리가 길러낸 학생들이 얼마나 능력을 갖췄는가 하는 입소문이 우리 학교를 평가합니다."
지케이는 학생들의 즉전력을 길러주기 위한 체계적인 '커리어'(취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입학 전 커리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재학 중에는 셀프 매니지먼트와 팀 매니지먼트를 통해 업계에서 일하기 위한 몸가짐, 마음가짐을 갖추게 하고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능력을 강화한다. 사회 진출 후에도 진로를 바꾸고 싶다면 다시 지케이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케이는 학교경영에 대해서도 일본인 특유의 주도면밀함을 자랑한다. 지케이는 지난 20년간 5년 단위로 총 4기의 5개년 계획을 추진했고 올해 5기 계획을 새로 출범했다. 지케이 측은 "업계 동향과 전망을 면밀히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입과 지출을 분석해 5년 단위로 사업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업계를 가장 잘 아는 실무자와 중간 관리자가 중심이 돼 사업계획을 세우는 매니지먼트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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