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두고 싶은 기억 저편의 치부…「진실한 고백」

입력 2012-12-08 07:15:37

진실한 고백/ 조두진 지음/ 예담 펴냄

단편소설 '게임'으로 2001년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작가 조두진. 그는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 하급 장교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을 그린 '도모유키'로 2005년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후 조두진은 '능소화' '유이화' '몽혼' '북성로의 밤' 등 장편 소설과 소설집 '아버지의 오토바이' 등을 꾸준히 발표했다. 현역 신문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잘 팔리는' 몇 안 되는 40대 소설가인 그가 이번에는 우리의 기억 저편, 그 어두운 이면을 그린 소설집 '진실한 고백'을 펴냈다. 이 책에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그 여섯 편은 모두 '기억'에 관한 슬프고, 섬뜩하고, 기막히고, 황당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착하고, 내 잘못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합리화하기 쉽다. 그래서 모든 사건을 자신이 유리한 대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 역시 거짓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한 일도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내 속에서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약은 생각이 싹트고, 그 싹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숲이 된다. 그런 단계가 되면 그 잘못은 그늘에 덮여 쉽게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집은 그렇게 조작된 과거, 왜곡된 기억,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조두진은 사람들이 숨기고 싶고 묻어두고 싶어 하는 기억 저편의 치부를 그만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진실이 진실이 아님을 알았을 때, 우리는 '훅' 하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든다. 조두진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뒤통수를 내리친다. 저자는 "내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도망치는 것 또한 잘못이겠지만, 죄의식에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그편이 나았다. 그런 마음에 관한 이야기들"이라고 했다.

첫째 이야기인 '끼끗한 여자'는 소문 때문에 강박증에 걸려 자살한 아이돌 스타 윤희주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의 죽음은 경찰이 '타살로 볼 근거가 조금도 없다'며 자살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뭔가가 있다. 두 번째 '시인의 탄생'은 안타까운 자신의 과거를 소재 삼아 시를 쓰는 스타 시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가 기억하는 과거의 실체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세 번째 이야기 '진실한 고백'에서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살인범 장세달이 주인공이다. 그는 왜 억울함을 풀지 않는 것일까? 그는 탄원서를 쓰거나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네 번째 '장인정신'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칼국수 육수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사람들. 우리가 기억하는 어머니 손맛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따라해도 알 수가 없다. 할머니 칼국수 육수의 비밀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따라하기 어려운 것일까? 다섯 번째 이야기 '이정희 선생님'은 학급에서 절도범으로 몰린 김국철이라는 학생과 이정희 선생님의 이야기다. 선생님은 왜 그토록 가혹했는가? 그 사건 이후 김국철의 유년시절은 슬픔과 외로움으로 얼룩지게 됐다. 어른이 된 김국철은 이정희 선생님을 찾아간다. 마지막 이야기 '뻐꾸기를 보다'는 한 소년의 기억과 거기에 얽힌 숨겨진 마을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

298쪽. 1만2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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