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적응 학생들 모둠 함께 연습하며 마음 잡아…시상금 본사 '이웃사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다잡은 중학생들이 어려운 이웃 돕기에까지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노변중학교 세로토닌 드럼클럽인 '두드림'에 속한 학생들이 화제의 주인공. 세로토닌 드럼클럽은 (사)세로토닌문화원이 청소년 정서 순화와 인성 교육을 위해 만든 모둠 북 동아리 지원 사업이다. '두드림'은 교칙을 어겨 징계를 받는 등 문제 행동을 보여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꾸린 동아리다.
동아리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동아리를 맡은 안수정 교사는 학교생활에는 별 관심이 없고 몰려다니며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던 학생들을 일일이 설득, 회원을 모았다. 하지만 체험학습을 가자고 해도 아예 학교에 오지 않는 학생이 여럿일 정도여서 연주 연습은 더욱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안 교사는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평범한 아이들도 회원으로 넣었는데 처음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 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끊임없이 함께 어울리며 마음을 열게 하니 문제 행동을 보이던 아이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죠."
학교생활이 지겨울 뿐이었던 학생들은 '두드림' 활동에 재미를 붙였다. 모둠 북을 두드리며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풀었고 연주 실력도 조금씩 늘었다. 동아리 회원 21명 가운데 연주 실력이 뛰어난 15명은 지난 10월 말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제1회 사람, 사랑 세로토닌 드럼 페스티벌'에 참가, 동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회원인 3학년 A군은 이 활동으로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신나게 북을 치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요. 흥분을 잘하던 성격이 좀 나아진 것도 같고요. 요즘에는 친구들과도 거의 싸우지 않아요."
2학년 B양처럼 평범한 학생들에게도 '두드림' 활동은 소중한 추억이 됐다. "처음엔 사실 좀 무서운 오빠들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착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이제 3학년 오빠들이 졸업한다고 생각하니 서운해요."
놀라운 변화는 또 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신들끼리 머리를 맞대 의논한 끝에 대회 상금 100만원 전액을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에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 애초에 학생들의 인성을 순화시켜 주자고 시작한 동아리 활동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된 셈이다.
안 교사는 이 같은 생각을 한 학생들을 대견스러워했다. "상금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세워 보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노는 데 쓰자', '먹는 것을 사자'고 했던 아이들도 이내 이 말에 호응해주는 걸 보고 '참 아이들이 많이 자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드림' 소속 학생들이 이 같은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자 노변중 전체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 노변중 학생회에서도 불우이웃 돕기에 참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 노변중 정미애 교장은 "학교생활에 정을 못 붙이던 학생들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으로 자란 것을 보니 뿌듯하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올바른 심성을 가꾸고 학교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두드림'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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