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92대 달해…8명 붙잡아 2명 구속영장 예정
지난달 13일 오전 4시 28분쯤 대구 남구 봉덕동 한 휴대폰 대리점 앞. 대리점에 설치된 CCTV 앞으로 마스크와 모자 차림의 A(15) 군 등 3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대리점 벽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상점 안 진열대에는 수십 대의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었다. A군은 목표물을 확인한 뒤 문을 여러 차례 강하게 밀고 당겼다. '떨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스르르 열렸다. 대리점으로 들어간 이들은 진열대 위의 스마트폰 4대를 들고 CCTV 화면에서 사라졌다. 문을 열고 들어와 휴대폰을 훔쳐 대리점을 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13초에 불과했다.
이들 3명의 중학생은 곧장 택시를 타고 대구 중구 한 대형서점 앞으로 갔다. 서점 앞에는 택시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A군은 택시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열린 문틈으로 택시기사가 고개를 내밀자, A군은 "휴대폰 삽니까"라고 물었다. 택시기사는 "어떤 휴대폰이냐"고 묻더니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몇 분 후 A군의 손에는 현금 100여만원이 쥐어졌다. 택시기사에게 판 스마트폰 값이었다. 이날 A군과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판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A군과 친구들이 휴대폰 절도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말. 1년 전 어울린 A군 등 8명의 중학생은 유흥비를 벌기 위해 고가의 휴대폰을 훔치기로 했다. 줍거나 훔친 휴대폰을 택시기사에게 들고 가면 3만~5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대폰 대리점 문을 여는 데는 큰 힘이 들지 않았다. 문을 여러 차례 밀고 당기면 쉽게 열렸다. 1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이면 수십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달 23일까지 15차례에 걸쳐 스마트폰 92대(시가 7천500만원 상당)를 훔쳤다.
중학생 8명이 한 달 동안 저지른 절도 행각은 결국 경찰에 붙잡히면서 끝이 났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5일 훔친 휴대폰을 고가에 되판 혐의로 A군 등 8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2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훔친 스마트폰은 택시기사를 통해 장물업자에게 넘어간 뒤 중국으로 몰래 밀반출된다는 것. 현재 경찰은 A군 등 8명을 상대로 추가 범죄를 조사하는 한편 훔친 스마트폰을 사들인 택시기사와 장물업자들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쉽게 훔치고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이 유흥비를 마련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그릇된 길을 걷고 있는 청소년들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청소년이 훔친 물건을 사는 잘못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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