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심장기형으로 태어난 푸이 바오

입력 2012-12-05 07:41:43

"아기 살려주세요" 베트남 부부 하염없는 눈물

흐엉 티 훼 씨가 자신이 낳은 아들을 안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날 아이를 처음 안아봤다는 흐엉 씨는 아이가 코에 삽입된 관을 통해 분유나 이유식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흐엉 티 훼 씨가 자신이 낳은 아들을 안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날 아이를 처음 안아봤다는 흐엉 씨는 아이가 코에 삽입된 관을 통해 분유나 이유식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3일 오후 경북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 흐엉 티 훼(27'여'베트남'대구 달서구 신당동) 씨는 자신의 아이를 처음으로 안아보았다. 아이를 낳은 지 일주일 만이었다. 지난달 26일 제왕절개로 낳은 아들은 태어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아이의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아 검사해 보려고 한다'며 다른 병실로 데려갔다. 몸을 추스른 흐엉 씨가 아이를 처음 본 날은 이달 1일. 흐엉 씨는 먼발치서나마 아이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처음으로 안아 본 이날, 흐엉 씨는 아이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다.

◆행복… 타지에서 고향 사람 만나 결혼하다

흐엉 씨가 대구에 온 건 2007년. 남편인 응구옌 푸 안(30'베트남) 씨는 흐엉 씨보다 빠른 2004년에 베트남에서 대구에 왔다. 두 사람 모두 베트남의 하이즈엉(Hai Duong)이라는 곳에서 살다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흐엉 씨가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의 생산직으로 일을 시작한 2007년은 응구옌 씨가 그곳에서 일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이들은 얘기를 나누다 우연히 고향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낯선 땅에서 고향 생각도 많이 나던 차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가끔 주변 베트남 사람들과 장을 봐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작은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사는 곳이 멀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데이트를 하고 주로 공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 이들은 결국 2010년에 결혼했다.

이들은 결혼하면서 월세 42만원짜리 투룸을 얻었다. 두 사람의 벌이에 비해선 벅찬 집세였지만 아이를 낳아 같이 살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마침 흐엉 씨의 배 속에서는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자연유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그래서 두 번째 임신을 했을 때 더욱 기쁘고 행복했다.

"첫째 아이를 유산한 뒤 이 아이를 가져 너무 행복했어요. 앞으로 한국에서 이 아이를 키우면서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죠."

◆불안… 일주일 만에 아기를 안다

흐엉 씨는 지난달 26일 대구의료원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 '빈'이라는 태명으로 불리던 아이는 할아버지로부터 '푸이 바오'(PUY BAO)라는 이름도 받았다. '푸이 바오'는 '착한 손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흐엉 씨도 응구옌 씨도 아이를 바로 안아볼 수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갑자기 입술이 파래지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응급처치를 했지만 아이는 정상적으로 호흡하지 못했고, 결국 경북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이유는 심장 기형 때문이었다. 심장의 판막 중 하나가 망가진 채 태어나 혈액과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혈액이 산소를 흡수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산소포화도가 일반인은 90~95%이지만 빈이의 경우는 60%밖에 되지 않았다. 응급처치를 하고 기도에다 관을 집어넣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등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지만 지금도 산소포화도는 8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흐엉 씨는 제왕절개 수술 후 마취에서 깼을 때 아이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흐엉 씨의 주변 사람들은 "아이 건강이 좋지 않아 잠시 검사하고 치료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흐엉 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다 빈이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던 흐엉 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빈이의 심장이 그렇게 아픈 줄 몰랐다.

"한국어를 잘 못해서 아이의 상태가 어떤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자꾸 의사 선생님 말씀에 '수술'이라는 단어가 들렸고 '아이 수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자꾸 들으면서 아이가 많이 아프다는 걸 알았어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출산 일주일 만에 퇴원한 흐엉 씨는 3일 아이를 안고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남편 응구옌 씨는 "심장이 조금 안 좋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병실에서 아이를 본데다가 의사로부터 '뇌도 다쳤을 수 있다'는 말에 아내가 많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암담… 수술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젊은 부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최고 3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아이를 수술하기 위한 비용은 엄청난 부담이다. 게다가 흐엉 씨가 임신 후 일을 그만두면서 수입도 절반으로 줄었다. 월 110만원으로 살면서 월세, 공과금, 식비를 제한 뒤 남는 돈은 겨우 3만원 안팎. 빈이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고작 3만원인 것이다.

흐엉 씨가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산모라는 사실도 문제다. 출산 후 몸을 추스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문제는 흐엉 씨도 아이도 돌봐 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이 부부의 사정을 들은 남편의 회사에서 2주간 출산휴가를 줘 남편이 돌보고 있지만 휴가가 끝난 뒤 흐엉 씨와 빈이를 누가,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병원에서는 '빈이가 이번 주 내로 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어마어마한 수술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어 한숨만 짓고 있다.

응구옌 씨와 흐엉 씨는 빈이를 가지면서 세 식구가 단란하게 살아가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꿈과 행복은 날아가고 오직 빈이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만 남은 상태다.

"아직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께는 말씀을 못 드렸어요. 손자 생긴다고 좋아하셨는데 아프다고 하면 걱정하실까 봐서요. 제발 아이가 건강하게 나아 우리 가족이 다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매일신문'대한적십자사 공동기획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