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영농·부자마을·청년리더 육성…억대 부농의 꿈 현실로
경북 농업에 희망이 보인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희망적인 본보기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직접 세계시장에 뛰어들어 수출 길을 다진 농산물 기업과 영농기술을 배워 억대 부농의 꿈을 이룬 농가, 소득증대 사업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린 마을도 있다. 경북도는 새로운 영농시스템을 도입하고 미래 경북농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또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수출 길을 여는 등 미래를 열고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
경북 청도군 이서면 서원리 그린합명회사는 경북 최대의 버섯 수출업체다. 이곳은 팽이버섯을 비롯해 황금팽이와 새송이, 만가닥(백일송이), 느타리버섯 등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수출 지역도 유럽 10개국과 미국'캐나다'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호주 등 전 세계 26개국에 걸쳐 있다.
그린합병은 지난해 5천443t, 금액으로 1천276만5천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경북도의 지난해 전체 버섯 수출량인 9천506t의 57.2%이고 수출액 1천981만2천달러의 64.4% 를 차지한다. 수출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5년 180t(47만달러)에서 5년 뒤인 2010년 4천565t(940만달러)로 수출량이 25배나 늘었다.
그린합명의 성공 비결은 수출 전문 인력을 확보해 현지 바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또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끊임없이 품질을 높여왔다. 그린합명 무역부 박준범 팀장은 "외국에 수출하는 농수산품은 처음에는 익숙해지기 어렵지만 한번 입맛에 들면 꾸준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90% 이상 양송이를 먹는 유럽에서는 낯선 팽이버섯을 익숙한 식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요리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농민사관학교를 통해 억대 부농의 꿈을 이룬 사람도 있다. 성주군 수륜면 보월리 전병목(51) 씨는 2009년부터 버섯 마이스터 교육을 받으면서 매출액이 급성장했다. 전 씨는 표고버섯(660㎡)과 노루궁뎅이버섯(930㎡) 등을 재배해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7년에 5천만원 정도였던 매출액이 농민사관학교 교육을 받은 2009년에 1억5천만원으로 늘었다. 전 씨의 큰 아들인 영균(31) 씨 역시 농민사관학교에 다니며 대를 이어 버섯재배 기술을 배우고 있다.
50가구에 100여 명이 살고 있는 군위군 소보면 신계리 마을은 '부자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농가소득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곳의 찰옥수수 영농조합법인은 2008년 5억7천만원을 지원받아 옥수수 가공'저장 시설을 세웠다.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로부터 350원에 옥수수를 사들여 가공'처리한 뒤 2천200원에 판매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08년 4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억5천만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9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경북도는 '부자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2008년부 4년간 42곳에 328억원을 지원했으며 2017년까지 100곳을 육성할 계획이다.
◆경북의 새로운 시도들
경북도는 새로운 정책들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농업 경영시스템을 개인에서 마을단위로 바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농민들 간의 공동체를 회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다. 경북도는 마을영농법인 3곳에 각각 3억원을 지원한다. 공동 생산에 필요한 생산 시설과 장비 구입은 물론 경영 컨설팅도 제공한다. 경북도는 내년에 마을 영농법인을 15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공동 소득사업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개별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의 공동 소득원을 확충하겠다는 것. 작목반과 영농법인'사업단 등을 대상으로 제조와 가공, 유통시설, 연구 개발, 마케팅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사업은 크게 4단계로 구분, 진행된다. 1단계로 시범마을 10곳에 3억원을 투입해 농어촌 소득자원을 발굴한다. 2단계로는 20여 개 마을에 10억원 투입해 부자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3단계로 30억원을 들여 시'군 단위로 향토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4단계는 60억원이 투입되는 전략식품산업 육성 정책을 펼친다.
내년부터 향후 25년간 농어업 청년리더 1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추천과 졸업 자격증 제도 등을 통해 농업계 고등학교의 기능을 강화하고, 창업 비용 지원과 농지 임대, 판매 보장 등을 통해 졸업생들의 조기 영농 정착을 유도한다는 것. 내년에는 3억5천만원을 들여 졸업생 정착 지원과 학생 및 교사의 역량 강화에 나선다.
농수산식품의 수출 늘리기 프로젝트도 내년부터 시작한다. 수출 전담 조직과 컨트롤타워, 통합마케팅 경영체를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5억원을 들여 농식품 수출 우수업체 3곳을 육성하고, 농식품 수출 선도품목과 기업도 발굴한다.
◆경북농업을 위한 제언
전문가들은 경북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도청 내 부서 간의 협력과 수준 높은 교육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손재근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업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농림수산물 수출을 농수산국에만 맡기지 말고 투자유치단 내 국제통상과 직원들과 세계에 분포해 있는 해외교포자문단 등을 활용하는 등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업무의 기본 틀은 있으되 부서를 벗어나는 수출 업무가 무엇이지 고민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통해 리더를 양성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북농민사관학교는 대학교수와 연구기관의 연구원, 사관학교의 수료생 등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수업 내용을 평가할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 방침이다. 낮은 점수를 맡은 교과는 과감하게 폐지하고 시대 변화에 발맞춰 매년 새로운 과목을 추가한다는 것. 교수들의 열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시급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에서 교수들의 농민사관학교 교육이 성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박순보 경북농민사관학교 원장은 "앞으로 교수 평가기준에 농민사관학교 교육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교과부에 건의하고 대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협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첫 출발하는 마을영농이 성공하려면 '리더'와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식품팀 연구위원은 "보조금만 빼먹거나 자신의 개인 사업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마을영농의 리더가 되면 주민들의 신뢰가 떨어져 마을영농법인을 이끌어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필환 영천양잠농협조합장은 "개인을 앞세우면 결속력이 떨어지고 돈에 집착하면 조직과 관계가 깨진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에 중점을 둬야지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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