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간호사 '불법 제모' 위험

입력 2012-12-04 09:53:48

시술 잘못 부작용 피해 급증, 피부 변색되거나 화상입어

지난달 24일 대구의 한 피부과 의원. 제모실에는 10여 명의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가 많아지자 번호표를 배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기자는 대부분 평일에 시술을 받기 어려운 대학생과 직장인이었다. 대기 중이던 한 여성은 "피부관리실에서 불법으로 다리 제모 시술을 받았는데 시술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따끔거려서 겨드랑이 제모를 위해 이번엔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 제모실에서는 3개의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손님에게 간호사 2명이 레이저 기기로 제모를 하고 있었다. 레이저 제모 시술의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는 의사는 1명. 밀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하기에 의사는 크게 부족했다.

'겨드랑이 제모 10회에 8만원'을 받고 있는 이 병원은 첫 번째 시술은 의사가, 이후 모든 시술은 간호사가 하고 있었다. 1분여 동안의 시술이 끝나고 제모 부위에 묻은 젤을 닦을 휴지가 있는 곳을 안내한 간호사는 가운을 입고 기다리던 다음 손님에게 가서 똑같은 시술을 반복했다. 한 사람이 시술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5분이 안 되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술 후 주의사항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손바닥만 한 종이에 '제모 시술 후 주의사항'을 인쇄해 계산이 끝난 손님들에게 쥐여 주는 것이 전부였다. 주부 곽모(32'달서구 용산동) 씨는 "시술이 끝난 날 가족들과 찜질방에 갔다가 시술 부위가 화끈거려서 근처 피부과에 갔더니 가벼운 화상이라고 했다"며 "알고 보니 시술 당일에 뜨거운 물이나 공기를 피해야 한다는데 간호사가 시술한 것도 모자라 주의사항도 고지해 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매끈한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레이저 제모를 위해 병'의원을 찾고 있지만 대구 시내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닌 이들에 의해 시술이 행해지고 있다.

레이저 제모 시술은 의사에게 허용된 의료 행위로 현행 의료법(제27조)은 의료인이 아닌 직원이나 간호사가 단독으로 레이저 제모 시술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레이저 제모 시술은 인체에 목적한 결과를 나타내기 위해 인체에 직접적인 행위를 가하는 것이므로 의사가 해야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모'를 검색하자 '간호사가 제모 시술을 하는 병원에 가지 마세요' 'OO병원에서 시술받았는데 겨드랑이가 시커멓게 변색해서 민소매 옷을 입고 다닐 수 없다'는 등 제모 전문 병원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제모 전문이라고 해도 손님이 몰리는 병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손님에 따라 레이저 기기 강도와 작동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레이저 제모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시술을 받되 레이저 시술을 받기 전에 시술 방법과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불법 시술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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