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전자레인지 괴담, 안녕~!

입력 2012-12-03 08:00:00

전자레인지를 처음으로 구입했을 때 우리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희경아, 세상 좋아졌다. 스위치만 누르면 음식이 데워지는데 음식이 졸아들지도 않으니, 이런 기계 처음 봤다." 예전에는 요즘처럼 부엌이 편리하지 않고 음식 조리하는 자체가 힘들었을 테니 전자레인지의 등장은 우리 어머니를 감격시키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큰 환대를 받으며 등장했던 이 기계가 최근에는 오히려 우리 건강에 해를 끼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됐다. 그 연유를 살펴보자니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만들거나 데울 때 그 마이크로 광선이 몸에 안 좋다는 설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더욱이 전자레인지에 데운 물을 식혀서 식물한테 주니까 식물이 죽었다는 이야기부터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되고 영양소가 다 파괴된다는 설까지 아예 전자레인지 괴담 수준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나 또한 '그냥 웬만하면 쓰지 말자'로 마음을 먹고 특별히 급할 때 외에는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자레인지 괴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전자레인지 사용할 때 분자 구조가 바뀌고 건강에 유해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음식을 올바른 용기에 담아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밝히며 일각에서 떠도는 괴담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였다.

또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전자파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은데 전자레인지 창에는 금속망이 설치되어 있어 작동 중 전자파가 외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자레인지가 작동을 멈추면 전자파가 즉시 사라지므로 몸에 닿을 위험도 거의 없다'고 덧붙여 밝혔다.

그렇다면 전자레인지 사용 시 안전한 용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종이나 유리, 도자기, 합성수지제인 폴리프로필렌(PP)등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환경호르몬 등 내분비계 장애 물질이 녹아 나온다는 알고 있지만 폴리프로필렌 제품은 전자레인지에 사용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라면이나 요구르트 용기에 사용되는 폴리스티렌(PS)은 고온에 녹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면 안 된다. 또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랩으로 덮거나 싸서 전자레인지에 조리하게 되면 랩에 사용된 가소제 등이 100℃ 이상 고온에서 녹아 나올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뭐든지 바로 알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지혜가 모든 살림살이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전자기기들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법을 잘 숙지한다면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고자 하는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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