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9>살고 싶은 터전, 농촌

입력 2012-12-03 08:58:12

황토 벽돌·잔디 마당…'녹색 주거지' 입주 희망 도시민 부쩍

상주 이안면 문창리 녹동마을은 농촌개발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곳으로 재탄생했다.
상주 이안면 문창리 녹동마을은 농촌개발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곳으로 재탄생했다.
녹동마을 사람들은 공동기금을 모아 1만6천500㎡의 연꽃단지를 만들었다.
녹동마을 사람들은 공동기금을 모아 1만6천500㎡의 연꽃단지를 만들었다.

농촌이 살고 싶은 곳으로 변하고 있다. 허름한 낡은 집과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 등 낙후된 주거환경이 쾌적한 친환경 주택과 깔끔한 기반시설로 바뀌고, 먹고살 수 있는 소득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 농촌이 변하자 도시로부터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제 농촌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살기 좋은 터, 상주 녹동마을

상주시 이안면 문창리 녹동마을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전원마을로 거듭났다. 반쯤 허물어진 빈집과 슬레이트 지붕, 이지러진 흙담, 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마을에는 울타리가 없다. 전봇대는 사라지고 전기선은 땅 밑으로 내려갔다. 집도 황토벽돌과 통나무 등 친환경 소재로 지었다. 집집마다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에는 조경석과 조경수가 어우러진다.

녹동마을의 변화는 2005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마을정비구역으로 승인받고 이듬해 이주 신청을 받아 부지매입을 끝냈다. 쓰러져가던 농촌마을은 28억7천500만원이 투입돼 2년 만에 번듯한 전원 마을이 됐다.

주거환경이 쾌적하게 바뀌자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몰려들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함창IC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불과하고,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현재 30가구, 60여 명이 살고 있고, 그중 18가구가 귀농'귀촌인들이다. 직업도 농부와 공무원, 기업가, 자영업자까지 다양하게 어울려 살고 있다.

주민들은 공동기금을 모아 1만6천500㎡ 규모의 연꽃단지를 만들었고, 오염을 막기 위해 소와 염소 등 가축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 모내기와 탈곡을 할 때 서로 일손을 보탠다. 돈으로 보상하기보다 재배한 작물을 그때그때 나눈다. 휴일이나 휴가철, 명절 때는 자녀와 손자 손녀들이 찾아와 북적거린다. 녹동마을 운영위원회 김관식(63) 위원장은"매달 마지막 토요일은 마을주민들의 나들이 날"이라며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니며 친목을 다지다 보니 기존 주민과 외지인의 구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농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고 있다.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농촌이 삶의 공간으로 주목받는 덕분이다. 특히 경북의 농촌마을은 도시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 도시와 접근성이 높은데다 농지 가격이 저렴하고 고소득 작물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북으로 들어온 귀농'귀촌가구는 3천985가구나 된다. 같은 기간 전국 전체 귀농인구 중 21.4%를 차지해 전국 1위다. 전라남도 3천119가구(16.7%)와 경상남도 2천820가구(15.1%), 전라북도 2천741가구(14.7%)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경북의 귀농'귀촌인은 2006년 378가구에서 지난해 1천755가구로 5년 만에 4.6배가 늘었다. 지역별로는 2011년 말 현재 영주시가 497가구로 가장 많았고 상주시와 봉화군이 395가구, 영천시가 257가구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 50대가 64%로 가장 많았다.

경북은 저렴한 땅값이 장점이다. 경북의 평균 공시지가는 1㎡당 6천원으로, 전남(7천원)이나 경남(1만6천원), 전북(1만원)에 비해 싸다. 특히 영양군과 봉화군, 청송군은 1㎡ 당 1천원대에 불과하다.

대구시와 인접한 시'군의 땅값도 낮은 수준이다. 군위군의 1㎡당 평균 공시지가는 2천원, 청도군 4천원, 성주군 5천원, 영천시는 6천원, 고령군은 7천원 등이다.

고소득 작물이 풍부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경북에서 억대소득을 올리는 농가는 지난해 말 현재 7천499명(45%)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2위인 전남은 2천753명에 불과하다. 점유율에서 전국 1위인 농산물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사과의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64%를 차지했다. 포도의 생산량 점유율은 48%, 복숭아 46%, 자두는 85%나 차지했다. 특히 과실과 고추(32%), 참외(90%) 등 채소와 산약(42%), 팽이버섯(59%), 잎담배(28%) 등 특용작물은 생산량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박재동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는 "귀농'귀촌에 성공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검증과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기존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과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경북도는 농촌을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소득기반을 다지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추진 중인 '권역단위마을 종합정비'가 대표적이다. 2개 이상의 마을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마을경관과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방식. 권역당 3~5년에 걸쳐 25억~7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난해까지 1천43억원을 투입해 16개 권역을 정비했다. 올해는 65개 권역에 700억원이 들어간다. 2017년까지 1천 개 권역을 정비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한 뒤 지자체, 전문가와 협의 및 컨설팅을 하는 상향식 사업이다. 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예비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는 마을개발협의회를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기술지원과 컨설팅, 마을주민 교육 사업 등을 맡는다.

지역 특성을 살려 마을공원과 담장, 마을 숲 정비, 빈집 철거 등 경관을 개선하고, 마을 내 도로와 주차장, 마을회관, 산책로, 상수도 등 생활환경도 새롭게 꾸민다. 소득기반을 다지기 위해 공동육묘와 공동가공시설, 농촌체험시설, 공동 저온창고와 판매장 등이 들어선다.

이 밖에도 농촌 지역의 중심거점 공간을 육성하기 위해 '읍'면 소재지 종합정비'도 진행 중이다. 1개 사업당 4년에 걸쳐 읍 단위는 100억원, 면 단위는 70억원까지 지원된다. 경북도는 올해 읍면 소재지 30개 권역에 514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북도는 제2의 새마을운동인 농촌개발 사업을 통해 농촌의 거주환경이 좋아지고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용수 경북도 농촌개발과장은 "농촌개발 사업이 농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며 "농촌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걸음마를 뗄 때까지 뒷받침하고 그 기반 위에서 주민들이 역량을 모아 스스로 살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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