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공포 엄습하는 겨울…전력수요 관리 비상

입력 2012-11-30 11:23:30

한파·원전 고장 겹쳐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이달 20일부터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을 넘어서야 전력 예비력이 500만㎾(공급량의 6% 수준)로 떨어졌지만 올해는 이달 들어 500만㎾ 이하로 내려간 날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올 겨울철 최악의 한파로 전력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원전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관계기사 3'9면

정부와 대구시가 최근 잇따라 '동계 전력 수급 및 에너지 절약 대책'을 발표해 국민과 산업계 등에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 것도 올겨울 전력 수급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기상청은 올겨울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극심한 한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위조 부품 교체작업으로 영광 원전 5'6호기의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이어 영광 3호기, 월성 1호기도 가동을 멈춰 전력 공급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전력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1월 들어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 최근 3년간(2009~2011년) 한 차례도 없었으나 이달 들어서만 15차례 발생했다. 정부는 연내 영광 5, 6호기를 가동하더라도 제어봉 안내관 균열로 장기간 정비작업에 들어간 영광 3호기를 재가동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12월 셋째 주 전력예비력이 171만㎾까지 떨어지고 내년 1월 3, 4주째에는 127만㎾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동계 전력 수급 핵심이 산업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쥐어짜기' 식의 수요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이에 실패할 경우 블랙아웃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산업체 전기 사용량 의무 감축과 선택형 피크 요금제 도입 등 수요관리를 통해 총 320만㎾가량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지만 시민들과 산업체가 이 같은 정부안을 얼마나 따라줄지 미지수다. 또한 겨울철 기습한파로 발전소의 고장정지나 예방정비 일정 지연 등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의 절전 동참과 함께 획일적인 수요 관리 대책보다는 좀 더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는 "각 기관이나 빌딩 등에 적정 전기사용량을 평가해 맞춤식으로 절전 대책을 세워야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계와 상업계의 전기료 현실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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