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변수' 여야 사활 건 구애
최근 정치권에서는'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도망치게 했다'는 중국 고사가 유행하고 있다. 19일 앞으로 다가온 연말 대선 정국을 빗댄 말이다. 이미 후보직에서 내려온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유력 여야 대선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선 승리 목숨 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안 씨의 갑작스러운 후보직 사퇴에 따라 '안철수 지지층' 상당수가 부동층으로 남으면서 이들의 향방이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지지층 중 20%가량은 이번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이들 부동층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안 씨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직후인 이달 24~26일 전국 1천 명의 안철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56.8%였다. 18.9%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 기타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2.4%)을 제외한 21.9%는 여전히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상당수 유권자가 안 씨의 사퇴가 '아름다운 양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포기' 쪽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전 후보의 사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52.6%는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해 포기한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양보한 것'이라는 응답은 35.1%에 그쳤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사퇴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문 후보가 38.5%, 박 후보는 33.5%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 후보는 물론 박 후보 측에서도 '안철수 껴안기'에 적극적이다. 안 씨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과정을 통해 안 씨의 지지층을 고스란히 껴안을 것으로 예상했던 민주당은 안 씨 '구애'에 적극적이다. 안 씨의 공약을 대폭 반영한 10대 공약을 확정해 선관위에 제출하고, 당내 일각에선 '대선 이후 안 전 후보에게 당권을 넘겨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새누리당도 '문재인-안철수' 간 풀리지 않은 갈등을 부각시키며 이탈표를 최대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선 안 씨 지지자 상당수가 보수층이어서 제대로 공략하면 흡수가 가능하다는 장밋빛 해석도 있다.
이래저래 '박근혜-문재인' 후보 간 초박빙 대결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판에서, 결국 안 씨가 어떤 '제갈량의 지략'을 보이느냐에 따라 판세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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