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 현장…도시 완공·가동률 겨우 10%

입력 2012-11-30 07:50:06

총리실 등 올해부터 정부부처 이전 본격화

최근 정부기관의 세종시 입주가 시작됐지만 세종시 대부분 지역이 토지구획정리 단계이거나 건축 중이고 정주 여건 기반 시설 미비로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최근 정부기관의 세종시 입주가 시작됐지만 세종시 대부분 지역이 토지구획정리 단계이거나 건축 중이고 정주 여건 기반 시설 미비로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입시 열기 못지않은 유치원 추첨식.
입시 열기 못지않은 유치원 추첨식.

전국 17번째 광역단체인 세종특별자치시 대부분 지역이 토지구획정리 단계이거나 건물 공사 중이어서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올해부터 국무총리실 등 정부부처가 본격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하지만 세종시는 특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채 신생도시로서 겪어야 하는 주택'교육난, 공사 후유증 등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행복도시로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건설을 맡고 있는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10월 현재 세종시 전체 공정률은 42.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건물 완공률이 아닌 예산 배정 단계이거나 준공 중인 것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도시의 완공'가동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 입주율은 세종시 전체 아파트 20만 호 가운데 첫마을(6천528호) 이외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11월 현재 도시가 계획하고 있는 전체 아파트 가운데 약 3%밖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줄곧 상승세다. 이미 분양이 끝난 곳은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고 분양 예정인 아파트에도 많은 사람이 몰린다.

행복청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일부 부동산 업자들이 퍼트린 이야기이고 세종시 아파트들은 실소유자의 주거용이 대부분이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가격 변동도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면이 있어 호가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세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는 첫마을 6천여 호가 완공된 아파트의 전부이다. 이곳에 올해 이전되는 4천여 명이 넘는 부처 직원과 대전'조치원'공주 등 인근지역 주민들이 몰리면서 전세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종시의 한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전세를 계약하러 하루 수십 명이 문의하지만 20, 30평대 소형 평수 아파트는 아예 없고 대형 평수 몇 채만 남아 있다"며 "전세 매물은 금방 나가기 때문에 오전에 매물을 봤다면 오후에 계약을 하거나 현장 방문 당시 가계약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전세 계약자가 나타나 금방 소진된다"고 말했다.

첫마을 주민들은 발코니나 옥상에 빨래를 널지 않는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분진이 아파트 창가에 쌓일 정도여서 빨래가 상하거나 변색되기 때문이다. 자주 청소를 하지 않거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외벽 창가는 금세 먼지투성이가 되고 만다.

최근 세종시의 한 지역신문은 '무법천지 건축현장'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면서 세종시 건설업체들의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다. 기사는 "한 건설 공사장에 설치한 타워크레인 회전반경이 인도를 침범하는 것은 물론이고 크레인이 회전할 때마다 프런트 빔이 보행자의 머리 위로 지나다니고 있어 생명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고발했다. 크레인협회도 이 같은 공사 진행 방식을 두고 '고발 대상'이라고 지적했으나, 관계 당국은 무대응으로 일관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학교 및 보육시설 부족 등 열악한 교육환경도 문제다. 첫마을에 위치한 두 개의 초등학교 가운데 하나인 한솔초등학교는 900명 정원으로 설립됐지만 최근 1천500명의 학생이 몰리면서 10학급을 추가로 만들었다. 증설 교실은 인근 고등학교 교실과 초등학교 교장실 등을 개조한 것이어서 이 학급에 배정받은 초등학생은 고등학교에서 수업받거나 교장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보육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유치원비가 적은 병설 유치원의 경우 추첨을 통해 입학이 이뤄지고 있는데 입학 우선순위 자격을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입학이 가능할 정도로 일반인들에겐 문턱이 높다. 일부 유치원 학부모들은 6, 7세 자녀들을 2~5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보육 여건이 좋은 대전의 유치원으로 '유학'을 보내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토계획 전문가들은 "세종시 첫마을 보육시설의 경우 이전 공무원 아이들만 다닐 수 있게 설계했고 인근 지역에서 유입된 인구 증가를 반영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며 "이마저도 고등학생 유입은 예상보다 적고 초등학생이나 그 밑의 아동만 크게 늘어나는 등 유입 학생 계산이 처음부터 틀렸다"고 주장했다.

세종시에서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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