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기자의 '진실'과 정치인의 '진심'

입력 2012-11-29 09:46:34

12월이 돌아왔다. 18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대선 주자들은 각기 유권자인 국민들 마음 챙기기에 분주하다. 대선 주자들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공약 재료들을 들고 골인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유권자들도 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에 변화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판단해 투표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렇지만 유독, 문화와 예술 관련 공약과 정책들은 늘 빈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후보자들은 선거철만 되면, 연극을 보고 배우들과 토론회도 하고, 영화관에 가서 감동적인 스토리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대선 주자들은 선거 때는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분야를 신선하고 새로운 지도로 그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이 나면 그 속도는 더디고 느리다.

배우가 방송과 영화 연극 무대에서 관객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은 진심이고 진실인척 하는 감정 표현으로만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된 배우의 표현과 연기는 감동을 주지 못하는 가면 쓴 기술자다. 기술로 전달되는 연기는 관객이 먼저 느낀다. 관객의 오감을 흔들지 못한다. 유권자들도 같은 마음이다. 기술만 부리는 정치는 진실인척 하는 가면 쓴 정치 기술일 뿐이다.

연출가는 배우에게 진실의 표현을 요구한다. 등장인물의 마음에 진실된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 연기에 몰입해 관객에게 전달할 때 새로운 인물이 창조된다. 감정은 진심이 된다. 관객도 가슴을 두드리는 배우에게 마음을 열고 박수를 친다. 관객은 그것에 감동한다. 가면을 쓴 정치가는 유권자인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 그것이 민심이고, 진심의 결과로 이어진다.

대선 때만 되면 다른 분야들에 비해 문화, 예술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정치인들은 '문화,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소리침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지도는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개성있고, 강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 그것이 창작인들의 힘이고 무기다.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문화 지도를 정치인들과 대선 주자들은 더욱더 체감해야 되고. 창작 정신을 더욱 존중해야 한다. 돈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예술인들의 창작의 자존심이다.

10여 년 동안 진통을 거듭해온 '예술인 복지법'이 지난달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과 직업적 지위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았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반겼다. 그러나 70억원을 들고 세상에 나온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들의 생활을 진심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 정책도 감동이 없으니 박수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 지도는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 노래 한 곡과 말춤 하나로 8억 명이 넘는 세계인들을 움직였다. 뮤지컬도 대한민국 스타일을 외치면서 창작뮤지컬 시장의 역사를 새롭게 쓸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바로 CJ의 일본 '롯본기 블루씨어터' 인수 사건이다. 우리나라보다 뮤지컬 시장에 4배가량 큰 일본 한 가운데서 한국 창작 뮤지컬만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에 이제는 자신감이 붙고 있는 것 같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이제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프로그램 개발을 앞세우고 있다. 이야기가 많은 지역에 문화 상품이 쏟아지고,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이야기가 있는 문화가 박수를 받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문화와 정치는, 인간 중심일 때 반응이 빠르게 나타난다. 문화의 가치도 인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정치도 민심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 진실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전달됐을 때 문화와 정치의 가치는 높아진다. 문화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진실의 가치를 알고, 진심으로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원한다. 대한민국의 더 넓은 문화 영토를 만들어 줄 진정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여러분의 점수는 어떤가?

김건표/대경대교수·연극영화방송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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