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힘 빼고 바라만 볼까요, 기운을 느끼면서…

입력 2012-11-29 07:00:28

'푸른색 이미지' 한정욱 작품전… 12월 10일까지 갤러리 신라

푸른 색들이 마구 엉겨 있다. 뚜렷한 이미지를 찾기는 힘들다. 그저 어떤 '기운'이 느껴질 뿐이다. 이미지 찾기를 포기하고, 작품 앞에서 그저 힘을 빼고 바라본다. 그러니 저 멀리 산맥의 힘찬 기운도 느껴지고, 숲 속 한가운데 서늘한 느낌도 다가온다. 늪의 먹먹한 내음, 그리고 호수의 맑은 기운도 응축돼 있다.

한정욱은 이처럼 감각을 직접적으로 소통하려는 화가다. 12월 10일까지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한정욱의 '느림' '입산' '자영본' 시리즈 등 신작이 선보인다.

그는 주로 푸른색을 주로 사용한다. 울트라마린블루, 코발트블루 등 사용하는 푸른 계열의 물감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 그에게 푸른 색은 어떤 의미일까. "푸른 색은 치유의 색이에요. 그리고 정신적인 면을 소통하고 표현하기 가장 알맞은 색이지요."

그가 캔버스 위에 작품을 그리는 작업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작품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의 작품은 그가 사색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풍경 앞에서 사색하고, 철학하고, 기운을 느끼는 모두가 작품의 과정이다. 풍경에서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사색한 그는 캔버스 위에 이것을 재빨리 행위로 표현한다. 이때 붓을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 작업한다. 손으로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미끄러지며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손가락, 손바닥, 손등, 손톱은 풍경을 재현하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면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회화 도구인 붓을 놓고 몸과 죽비 등 낯선 도구로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제 작품은 '정신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를 표현한 작품이죠. 숲의 냄새, 습한 기운, 물소리, 곤충들…. 그런 것들이 다 담겨 있어요."

작가는 우리에게 자유로운 출구를 열어두었다. 이제 어떤 상상력의 문으로 걸어나갈 것인가는 관람객의 몫이다. 053)422-1628.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