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미술 전시, 페스티벌, 포럼, 비엔날레 등 다양하고도 많은 미술 행사들이 연중 열린다. 여기에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아트페어와 옥션도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그 거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특히 현대 작품의 높은 가격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더 힘이 든다. 예를 들어 수족관에 방부 처리된 상어를 설치한 작품이 1천만 달러에 거래되고, 한 장의 사진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오늘날에 어떤 물건이 예술품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예술가가 그것을 예술품으로 선택하고 명명한 후에, 그 '물건'을 예술 제도에 제출하면 미술관, 갤러리, 미술 비평, 관람객과 미술 시장, 유명 수집가가 작품으로 인정하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예술의 변화는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샘'이라 명명하여 미국 아방가르드 전시회인 '아모리 쇼'에 출품하면서부터이다. 이제 그 역사는 거의 100년을 바라보며, 예술은 어떤 아름다운 완제품이 아니라 과정인 것이 되었다. 그 과정 가운데에서 작품의 매매도 중요한 단계를 이루며, 비로소 매매됨으로써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현대 미술품의 높은 가격에는 매수자가 작품 창작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또 스스로 창조자가 된다는 약간의 허영과 사치도 포함된다.
미술품에 대한 가치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일반적인 시장의 법칙을 따르지는 않는다. 다만 그 가치 매김이 창작의 한 과정 속에 편입되기 때문에, 예술 제도를 이루는 사회의 다양한 변수들이 예술품의 가치와 가격 매김에 참여한다.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은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략적인 베팅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큰손들이 수집한 작품들은 이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작품이 된다.
각국의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미술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기에 일종의 애국심까지 합세하여 자국 출신의 예술가들의 작품에 과도한 가격을 매겨 경쟁적으로 수집한다.
작품의 가격 결정에는 국가도 큰 역할을 한다. 현대 예술은 어느 나라나 국가가 음으로 양으로 관리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여러 형태의 비엔날레를 조직하고 후원하며, 국공립미술관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한다. 미술품은 3차 산업 육성 차원에서 국가의 특별한 관심의 대상인 것이다. 대중들을 위한 비엔날레 투어, 미술 시장 투어, 미술관 순례 등 각종 관광 상품이 개발된 지 이미 오래로 예술품은 현대의 아이디어 산업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미술관에 의한 작품 수집은 예술가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사 속에 한 자리를 차지했음을 인정받기 위해,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세계 유수 미술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장하기를 고대한다.
오늘날 미술 작품의 가격이 예술 창작 과정의 하나이고, 그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면,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가격 결정에 어떤 역할을 미치는가? 가치와 가격의 관계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술 비평가나 큐레이터, 또는 미술사학자들은 예술 작품을 예술사적 관점에서 위치를 정해주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려 시도하는데, 대부분의 갤러리와 미술관은 이들 전문가들의 관점에 따라 작품을 소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 부분에서 현대 미술 시장의 뒤틀림 현상이 일어난다. 즉 진정으로 예술적 가치를 좇고, 자신의 작품 활동을 미술사적 관점에서 추구한 작가들은 예술의 상업화와 소비재로서 또는 사치품으로서의 작품에 저항하고 반대한다. 그들은 예술의 상업화에 반대하여 거래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미술사적 가치는 매우 높지만 개념미술이나 비디오아트의 경우 매우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종류의 미술은 상품화와 물질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에 잘 적응하고 시장에서 여러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예술적 가치는 낮아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렇게 조정되고 만들어진 작품들은 금방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일쑤이다.
결국 예술 작품의 가격은 돈과 명예, 철학, 사상, 기술, 인간관계, 제도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히고설킨 특별한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수균/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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