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희 경북도청 치수방재과장, 수문자동개폐기 개발 "상습침수 막아 보람"

입력 2012-11-23 10:21:13

특허권 경북도 이전 재정에 도움

"후배 공무원들도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제안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경북도청 치수방재과 고진희 과장은 도청 내 유명 인사다. 고 과장이 개발해 특허를 받은 수문자동개폐장치 때문이다. 자칫하면 빛을 보지 못할 뻔했던 이 장치는 올 7월 고 과장이 치수방재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수문자동개폐장치는 하천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수압 차를 이용해 자동으로 수문이 닫히도록 하는 장치다. 폭우로 하천이 불어날 경우 제때 수문을 닫지 못해 침수되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고 과장은 "제때 수문을 닫지 않아 문책받는 공무원들과 침수 피해를 입는 주민들을 보며 토목을 전공한 실력을 살려 고안했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1996년 이 장치를 발명, 2년 뒤 특허까지 취득했다. 1999년 성주에 첫 적용 후 현재까지 14곳에서 이 장치를 갖추고 있다.

고 과장의 발명품은 2002년 8월 빛을 발했다. 당시 경북지역은 태풍 '루사' 영향으로 평균 강우량이 118.6㎜에 달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침수가 잦았던 고령군 우곡면 월오제에는 미리 설치해 둔 수문자동개폐장치가 닫히며 3.2m의 수위 차를 견뎌냈다. 만일 수문이 닫히지 않았다면 주변이 물바다가 됐을 상황이다. "기존 수문은 인위적으로 힘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수문을 닫는데만 1시간이 걸립니다. 갑작스런 폭우나 태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24시간 수문을 지킬 수 없으니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이 장치의 장점은 구조가 단순해 고장 우려가 적고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고 과장은 2009년 장치 보급 확대를 위해 특허를 경북도로 이전하기도 했다. 덕분에 사업이 성사될 때마다 경북도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수문 한 곳을 제작할 때 적게는 1억원, 많게는 6억원이 드는데 이 중 3%가 지방세 수입으로 들어온다.

고 과장은 경북도 내의 수문 수천여 곳 모두에 이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자동개폐장치의 장점을 홍보해 교체 시기를 맞은 수문부터 점진적으로 보급할 생각이다. "많은 공무원들이 실무를 맡으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머릿속에만 갖고 있는데 이번 사업의 성공이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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