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상한선 낮춰 고객 다소 줄었지만 열기 여전
마사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경마장 입장객 수는 1천14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108만 명)보다 2.9% 늘었다. 마사회 대구지점(TV경마장)은 베팅 상한선 조정으로 고객이 다소 줄었지만 열기는 여전했다. 불황기에 경마와 카지노 등 럭 비즈니스(luck business)는 호황을 누린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
◆경마에 승부
"3분 뒤에 마권 발매를 종료하겠습니다." 이달 16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국마사회 대구지점 대구마권장외발매소(TV경마장). 마권 발매 종료 3분 전이라는 장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마권을 구입하지 않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마권 발매 창구로 모여들었다. 모두 돈을 꺼내고 마권을 사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몇 분 후 벽에 달린 수십 대의 TV스크린에서 경마 경기가 생중계됐다.
경마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눈동자는 일제히 스크린에 집중됐다. 채 2분여 만에 승부가 갈렸다. 경기 내내 숨죽인 채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이내 환호성과 푸념 어린 탄식이 섞여 터져 나왔다. 기쁨과 환호보다 탄식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 사이에 찢긴 마권이 장내 바닥과 의자 밑, 계단, 휴지통을 가득 채웠다.
K(55) 씨는 "실직한 후 오갈 곳 없는 마음을 달래려고 매주 온다"면서 "올 때마다 이번만은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허탕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K씨는 최근 주식이 떨어지면서 큰돈을 거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자신을 일용직 근로자라고 소개한 J(49) 씨는 "요즘 일거리도 없고 해서 찾게 됐다"며 "로또보다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찾았다가 발을 못 끊는 사람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J씨는 돈을 잃은 사람들은 집으로 갈 때 로또 복권을 사가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희망을 잃어버린 밑바닥 서민들이 목돈을 손에 쥘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가능성에 매달리면서 생기는 풍경이다.
◆중년 여성'농민들도 베팅
경마장에 중년 여성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H(47) 씨는 "다른 종목에 비해 승률도 괜찮고 베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자주 찾는다"며 "친구끼리 앉아서 수다도 떨고 적은 돈으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H씨의 친구인 P(48) 씨 역시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오늘은 운이 좋아 적은 액수지만 돈을 땄다"며 즐거워했다.
경마장과 가까운 경산과 청도 등지에서 농사일을 끝낸 농부들도 TV경마장에 몰려들고 있다. 추수를 끝내고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매주 TV경마장을 찾는다는 L(37'청도군 풍각면) 씨는 "20만원씩 두 번이나 걸었는데 모두 날렸다"며 "오늘은 운이 없는가 보다"며 한숨을 지었다. L씨는 "지난주에는 100만원이나 따 기분이 좋아 또 왔는데 잃었다. 한 번만 터지면 잃은 것 만회하고도 남는다"며 마권 구입을 위해 총총히 자리를 떴다.
가창 TV경마장은 매주 금'토'일요일 개장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2천~3천 명이 찾을 만큼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실내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TV화면을 통해 생중계되는 경마 경기에 돈을 걸고 울고 웃는다.
TV경마장 김성진 대리는 "베팅 상한선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돼 다소 스릴이 없어졌다"며 "경마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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