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유골 DNA 감식불가…경찰 "생존 배제 안해, 중국에 사망 확인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조희팔 씨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숙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지만 생존해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으며, 정·관계 로비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죽었나 살았나=조 씨는 2004년부터 5년간 전국에 10여 개 다단계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으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3만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4조원대이다.
올 5월 경찰청은 조 씨가 달아난 중국 현지에서 사망했으며 유골이 화장돼 국내로 이송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피해자들은 "조 씨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조각을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감식불가'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조 씨가 중국에서 생존해 있다는 진술과 제보가 지속적으로 들어옴에 따라 중국 공안과 수사를 공조해 조 씨의 생존 여부와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살아있다는 중국정부 관계자의 진술과 제보 등이 언론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중국 공안에 사망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조 씨의 사망이 조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닉 자금 어디에=경찰은 올 3월부터 조 씨가 국내에 숨겨둔 자금을 추적해 지금까지 계좌 700여 개에 흘러들어 간 은닉 자금 780억여원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차명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낸 여성과 자주 이용한 술집 종업원,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의 먼 친척 명의까지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차례 조 씨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은닉 자금과 관련된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이 파악한 조 씨의 주거지는 한국에만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가 전국 곳곳에 주거지를 마련해 놨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된 차명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 씨로부터 다단계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은닉 자금 780억원으로 피해 보상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올 9월 은닉 자금을 법원에 변제공탁 형태로 맡겨둔 상태다. 피해자들은 공탁금출급청구서를 제출하고 돈을 찾아가야 한다. 피해자가 3만 명이고 피해금액은 4조원에 달해 경찰이 찾은 은닉 자금만으로는 피해 보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로비 어느 선까지=경찰은 은닉 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단계 사건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조 씨가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올 8월 은닉 자금 추적 과정에서 일부 돈이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차명계좌로 흘러들어 간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김 검사는 19일 조씨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9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지법은 20일 조 씨 측근에게서 향응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전 대구 성서경찰서 J(37) 경사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원, 추징금 51만원을 선고했다. J 전 경사는 2009년 중국 옌타이로 건너가 조희팔 측으로부터 골프 접대와 수십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검사의 개인비리 뿐만 아니라 조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최근 검사 2명을 증원했으며, 11명이던 수사팀 검사는 13명으로 늘었다. 특임검사팀이 조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특임검사팀은 대구지검 특수부와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로부터 조 씨와 관련된 수사기록을 받아 분석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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