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저지르는 공무원 보고 싶다

입력 2012-11-21 10:52:59

골프 얘기로 시작해 뭣하지만, 그린에서 퍼트할 때 골프공이 홀컵(hole cup'공을 넣는 그린 위의 구멍)에 크게 못 미쳤을 때 하는 말이 있다. '공무원 퍼트를 하셨군요'란 우스개다. 공이 홀컵을 많이 지나갈 것을 걱정해 매우 소심하게 퍼트를 한 것을 두고 공무원이란 직업을 갖다 붙인 것이다. 골퍼라면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표현이다.

왜 공무원 퍼트란 말이 생겨났을까를 따져보면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정한 틀에 갇혀, 규정에 묶여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의 속성을 파악해 이 같은 말이 만들어졌지 않았나 싶다. 공무원으로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뜬금없다 할 수 있겠지만 공무원 퍼트 얘기를 꺼낸 것은 골프에서는 물론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는 교훈 하나가 담겨 있어서다.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골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퍼트를 해서 홀컵에 이르지 않고 홀컵 안으로 공이 들어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홀컵을 지나가거나 최소한 다다를 정도로 공을 쳐야 홀컵 안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이다. 퍼트가 짧으면 영원히 홀컵 안으로 공은 들어갈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사 모두가 과감하게 저지르고 시도해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틀에 갇혀 안주하기보다는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가 도전해야만 결실을 거둘 수 있다. 포도나무 밑에서 포도가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나무에 올라가거나 더 극단적으로는 나무를 베어 쓰러뜨려야 포도를 손에 쥘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저 포도는 아마도 매우 실 거야"하며 돌아서는 여우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지역의 광역'기초단체장들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저지르는 분야'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저지를 줄도 모르고, 아예 저지를 마음도 없는 실정이다. 신공항'과학벨트가 무산되고, 갈수록 대구경북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공무원들의 책임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역 공무원들이 과감하게 저지르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발전의 한 축(軸)인 공무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공무원 조직은 물론 지역 전체로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단체장들을 포함해 대구경북 공무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저지르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지역 발전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발상 자체를 확 바꿔야 한다. 공무원 특유의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위한 투사(鬪士)란 마인드로 무장을 해야 한다. 지역을 위한 프로젝트나 계획을 세울 때 기존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고로 접근하는 것도 급선무다. "대구경북 공무원들은 조(兆) 단위 프로젝트는 짤 줄 모른다" "재탕 삼탕 프로젝트만 반복한다"는 말이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 그다음은 강한 추진력이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불도그처럼 온 힘을 기울여 일을 끝내고 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공무원들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공무원에게 희망을 거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긍정적 방향으로 공무원들이 변화한다면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다퉈 많이 저지를 수 있도록' 어떻게 분위기를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리만 지키고 보신(保身)하는 공무원들에겐 채찍을 들고, 지역 발전을 위해 저지르고 몸을 던지는 공무원들에겐 격려와 포상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단체장이 먼저 저지르는 데 앞장서 이 같은 분위기가 조직 전체로 확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인 스스로 저지를 줄도 모르고, 저지를 마인드도 없는데다 밑의 공무원들이 저지르는 것을 차단하는 단체장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 미래는 공무원 하기에 달렸다'는 말은 결코 과언(過言)이 아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발 지역 단체장들과 공무원들이 저질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리나 부패를 저지르라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기존의 틀을 깨고 나가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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