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패 검사 구속, 검찰 개혁 만이 답이다

입력 2012-11-21 10:54:25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총장은 "국민에게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감찰 시스템을 점검해 전면적이고 강력한 감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검사의 비리는 검찰의 자정 능력은 물론 자정 의지가 부족한 데서 터진 사건이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등 검사 비리가 터질 때마다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었으나 나아지기는커녕 죄질이 더 나쁜 비리가 일어났다. 김 검사는 수사나 내사 무마를 명목으로 기업 등으로부터 수시로 10억 원 가까운 돈을 뜯어내는 등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을 개인적 치부에 이용했다.

검찰은 김 검사의 비리가 장기적으로 진행된 문제인데도 감지하지 못하다가 경찰이 수사하자 서둘러 특임검사를 임명, 수사를 비겁하게 가로챘다. 경찰과 수사권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까지 수사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한 총장이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언론사에 이메일로 사과문을 보낸 방식도 어쭙잖은 권위의식을 느끼게 하며 사과문의 내용도 공허하게 들린다.

검찰은 대통령 사저 의혹 사건도 봐주기 수사로 일관, '정치 검찰'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특검이 가동되는 상황을 가져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여야의 대선 유력 후보들이 내세우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확인해줄 뿐이다. 검찰은 수뇌부 퇴진을 포함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강도 높은 쇄신책을 세워야 한다. 검찰 개혁도 저항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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