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남자 간호 인력 수요·진로 다양화"

입력 2012-11-20 07:19:35

대구과학대 졸업 서울삼성병원 정도감 간호사

"그거 아세요? 최초의 간호사는 남자였대요. 몸은 조금 고단하지만 간호사로 일할 수 있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정도감(27) 씨는 5개월차 남자 간호사다. 올해 초 대구과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 채용 시험에 합격, 지난 7월부터 이 병원 암센터의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삼성병원에서 만난 그는 "아침에 퇴근할 참"이라며 "병원 근무에 적응하느라 8㎏이 빠져 몸이 가벼워졌다"고 활짝 웃었다. 정 씨는 다른 간호사들처럼 '데이'(오전 6시 30분~오후 3시 30분), '이브닝'(오후 1시 30분~오후 11시 30분), '나이트'(오후 9시 30분~다음 날 오전 8시) 근무를 번갈아가며 한다. 근무 시간대가 불규칙하고 바쁘지만 정 씨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간호 자체가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해요. 그래선지 병원에서도 남자 간호사 채용 인원을 늘리는 추세이고요."

정 씨는 인문계 고교를 나와서 지방의 한 4년제 대학 토목학과를 다니다 뒤늦게 진로를 바꿨다. 의무병으로 근무하며 '간호'라는 진로에 눈을 뜨게 됐고, 간호사인 어머니가 '앞으로 전망이 밝은 분야'라고 용기를 줬다. 군 전역 후 1년을 준비한 그는 2009년 대구과학대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1학년 동기 280명(정원외 포함) 중 24명이 '나이팅게일'을 꿈꾸는 남자였다. 올해 정 씨의 1학년 남학생 후배는 60명을 훌쩍 넘었다.

늦깎이로 들어선 길인 만큼 학교 생활에 욕심이 많았다. 1학년 때 과대표를 맡았고 대한간호협회가 발행하는 신문의 기자로도 일했다. 2학년 2학기 때는 대구과학대와 교과부가 공동 주관한 '글로벌 인턴십'에 참가할 수 있었다. 평소 학점과 토익성적을 잘 따둔 덕분이었다. 16주 동안 미국 뉴저지주 블룸필드대학에서 의학 수업 등을 들었고 현지 병원에서 인턴 실습도 했다. 그때 영어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리고 올해 초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응시한 간호사 국시를 패스하고 입학 때부터 목표로 세웠던 서울삼성병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정 씨는 "3학년이 돼서 본격적으로 국시 준비를 했는데 교내 특강과 교수님들의 열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과학대 간호학과는 지난해 11월 4년제로 승격됐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인기있는 이유는 뭘까 물었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서이기도 하지만 전문직으로서의 비전이 어떤 분야보다 밝기 때문이라고 정 씨는 답했다.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간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진출 분야가 정말 다양합니다. 간호사 중에는 중환자'정신'노인'상처 등 13개 전문 종(種)이 있고요, 노인주간보호센터나 산후조리원 등을 경영할 수도 있어요. 전문성이 있으니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일반 보험회사에 취업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요. 저도 전문 간호사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정 씨는 간호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 아니냐고 했다. 그는 "특히 병원에서 오래 입원한 환자들은 자신을 환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해 주기를 바란다"며 "아침에 지쳐 퇴근하면서도 장기 입원환자에게 '힘내세요' 라고 웃으며 파이팅을 외쳐 줄 수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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