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英 국보 1호' 셰익스피어, 사극작가로서의 진면목

입력 2012-11-17 07:09:12

셰익스피어 사극 11권/셰익스피어 지음/김정환 번역/아침이슬 펴냄

영국의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칼라일은 "인도는 잃을지언정 셰익스피어는 잃을 수 없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인류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도라는 큰 땅에 비유될 만큼 크다는 얘기다. 문화적으로 보면 영국의 국보 1호다. 전 세계에 미친 영향도 크며, 그의 작품은 430년 가까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인생은 이랬다. 1564년 영국 중부 소읍 스트랫퍼드 어펀에이번 마을에서 출생했으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13세 때 학업을 포기했다. 1586년 런던 극단에 입단하여 배우와 무대 감독을 거친 뒤 극작가가 되어 36편의 각본과 시를 썼다. 1611년 아직 그의 창작력이 왕성하다고 여겨지는 때에 은퇴하여 고향집에서 지내다가 1616년 자택에서 병사했다.

평자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를 습작, 희극, 비극, 전기극(傳奇劇) 시대 등 4기로 나누고 있다.

이번 사극 11권은 시인이자 소설가로, 수많은 무대를 연출'기획한 김정환 씨가 원작이 가진 다중적인 의미와 언어의 마술적 유희, 생생한 현장감, 시적 함축성을 잘 번역한 전집이다. 11권은 플랜타저넷-랭커스터-요크-튜더 왕조로 이어지는 영국 왕조의 전환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장미, 백년전쟁을 마치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번역가로 나선 김정환 씨는 새로운 관점에서 대문호에 접근했다. 사극 11권은 셰익스피어를 역사적 자료를 가공해 실제 역사를 극화한 최초의 사극 작가로 보고 이 책들을 우리말로 번역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김 씨는 셰익스피어의 사극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왕권을 둘러싼 왕족 간의 대립과 투쟁, 이에 따른 귀족들의 이합집산과 반발을 대사로 녹여내며, 전적으로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는 인간의 이중성, 질투, 욕망, 배신 등 인간의 본성을 날카로운 통찰과 시적 표현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데뷔 초기작인 4부작 '헨리 6세 1, 2, 3부' '리처드 3세'는 헨리 5세의 죽음부터 장미전쟁을 거쳐 요크가가 왕권을 잡고, 헨리 7세가 보스워스 전투에서 리처드 2세를 격파하고 튜더 왕조를 세우는 과정을 그렸다. 이후 '리처드 2세' '헨리 4세 1, 2부' '헨리 5세'는 헨리 볼링부르크가 랭커스터 왕조의 시조로서 헨리 4세로 즉위한 뒤, 그의 아들 헨리 5세가 프랑스 원정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어 토르아조약을 맺는 과정을 다뤘다. 여기에 더해 귀족들의 권리를 인정한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체결과 유명한 '존 왕',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자 엘리자베스 1세의 아버지 '헨리 8세', 전설 속의 브리튼왕을 그린 '심벨린'을 덧붙였다.

사극 작가로서 셰익스피어의 진면목을 보고자 한다면 이 전집에 '거금'을 투자해도 좋을 것이다. 11권 전집 11만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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