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끝…도계마을을 찾아서] <20·끝> 경주 양남면 지경마을

입력 2012-11-14 07:05:43

송림·모래사장·주상절리…빼어난 해안 절경, 대기업 휴양지로 각광

마을 한가운데 바다 쪽으로 난 복개도로를 따라 왼쪽은 경주시 양남면 지경마을, 오른쪽은 울산시 북구 강동동 신명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 바다 쪽으로 난 복개도로를 따라 왼쪽은 경주시 양남면 지경마을, 오른쪽은 울산시 북구 강동동 신명마을이다.
삿갓처럼 생긴 삿갓돌.
삿갓처럼 생긴 삿갓돌.
굼바우는 굴이 뚫려 있어 이 굴에서 불을 피우면 3㎞ 떨어진 읍천 재바우에 연기가 나왔다는 설이 있다.
굼바우는 굴이 뚫려 있어 이 굴에서 불을 피우면 3㎞ 떨어진 읍천 재바우에 연기가 나왔다는 설이 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지경(地境)마을은 울산광역시 북구 강동동의 신명(新明)마을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양남면은 경주의 동남단에 위치하며, 경주시에서는 41㎞의 거리에 있다.

토함(吐含)산맥 동남 쪽 양지바르고 아늑한 곳으로 마을 앞은 동해바다, 남쪽은 울산시와 접해 있다.

삼한시대 진한(辰韓)이 멸하고 신라 이래로 육부촌(六府村)이 있었는데, 당시 양남은 '금산가리촌'(金山加利村)이라 불렸다. 조선 초 경주부에 속했다가 1906년 장기군 양남면으로 개칭됐으며, 1914년 부'군(府'郡) 통폐합에 따라 경주군에 귀속됐다.

1955년 경주시제에 따라 월성군 양남면으로 불렸다가 1995년 경주시 양남면으로 개칭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15개 법정리에 22개 행정리가 있다.

◆경북도 동남단 도경계에 위치한 두 마을

동해안에서 경북 북부로 이어지는 국도 31호선의 지선에 위치한 두 마을은 마을 뒷산 '지경골'에서 흘러내리는 실개천을 따라 지경과 신명마을로 갈리지만, 지금은 복개가 되면서 이마저 경계선이 허물어져 한마을처럼 된 곳이다.

지경은 울산과 경북 경주의 경계지점이라는 뜻에서 '지경'이라 불렸으며, 행정구역은 관성마을과 지경마을 2개의 자연마을이 합쳐져 수렴2리가 된다.

지경마을은 2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신명마을은 1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지경마을로 가려면 경주시에서는 토함산 추령재를 넘어 감은사지와 기림사, 감은사지, 문무왕수중왕릉(대왕암)을 지나 월성원자력발전소를 지나면 마을이 보인다. 울산 방면에서는 정자해변을 따라 올라오다 강동화암 주상절리, 달맞이공원을 지나면 마을이 보인다.

신명마을도 예전에는 경계를 뜻하는 지경이라고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울산 임내동과 공암동을 병합해 신명리가 됐다.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남면 주상절리와 강동화암주상절리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두 마을 모두 주상절리가 인근에 있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지경마을 옆 관성은 신라시대 이 마을에 별을 보고 시간을 관측하는 첨성대와 비슷한 시설이 있었다고 해 '관성'이라 불렀으며, 마을의 뱃사람들이 야간 앞산 구석에 불을 놓아 향로 표지로 삼았다고 해 '관불구지기'이라고도 했다.

◆경제활동이 수월했던 어촌마을

두 마을에 살았던 주민들은 영일 정씨, 평해 황씨, 월성 이씨, 월성 최씨, 경주 김씨, 순천 김씨, 밀양 박씨 등 다양한 성씨들이 고루 분포돼 예로부터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이 마을로 이주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경제활동이 수월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송림과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지는 등 빼어난 절경으로 현대자동차와 코오롱, 고려페인트, 현대미포조선 등 10여 개의 대기업에서 연수원을 건립하는 등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휴일이면 외지인들이 방파제나 바위 틈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어 이 또한 마을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땅이 비옥하고 예로부터 해산물도 풍성해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함께 하고 있다.

대대로 지경마을에서 살고 있는 김준근(66) 씨는 "특히 정어리가 많이 잡혔다. 일제강점기 때는 바다 쪽으로 정어리 기름을 짜기 위한 공장이 있었는데 주로 항공유로 쓰인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이 마을에는 정어리뿐 아니라 가자미 전어 방어 삼치 갈치 오징어 다시마 미역 곰피 소라 파래 밀고동 성게 전복 해삼 우럭 등 각종 해산물이 풍요롭다.

농사는 주로 벼농사이며 해풍을 맞은 쌀은 차지고 밥맛이 좋아 인근에서도 지경쌀과 신명쌀은 타 지역 쌀보다 더 쳐주고 있다. 또 감 부추 엄나무 등이 특산물이다.

◆주상절리의 천연기념물 등재 등 풍부한 자연유산

지경과 신명마을에서 울산 방면으로 조금 나가면 양어장이 있고 양어장 남쪽에 '굼바우'가 있다.

굼바우는 굴이 뚫려 있어 이 굴에서 불을 피우면 3㎞ 떨어진 읍천 재바우에 연기가 나왔다는 설이 구전되어 오고 있다. 말 그대로 울산에서 피운 불이 경주에서 연기가 나오는 격이다.

이 굼바우는 지금은 굴이 매몰돼 높이 1.5m에 길이 15m 크기가 남아 있다.

이찬오 수렴2리 이장은 "일제강점기 때는 하도 공출이 심해서 고구마 등 식량을 이 굴에 보관했는데, 이 굴에 보관하면 들킬 염려는 물론, 음식이 상할 염려도 없었다"고 했다.

굼바위 경사면에 동물 자국과 마차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굼바우 위쪽에 직경 1m 정도 되는 원형의 장군 공기(살구)돌 5개가 있다. 위쪽에는 해병대 소속 막사가 있으며, 굼바우에서 지경 쪽으로 가면 껌둥돌 바위가 까만 몸으로 파도를 덮어쓰고 있다.

남쪽으로 나가면 '구룡암'이 있는데 용이 승천할 때 꼬리를 치면서 바위를 십자로 갈라놓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바위가 십자로 갈라져 있고, 크기는 길이가 10m, 높이 1.5m, 폭 4m 정도이다.

뒷골 남쪽 등성이를 '새비산'이라 칭하며 서쪽 높은 봉우리가 옛날 해일 때 새 한 마리 앉을 만큼 남았다 하여 '새봉우리'라고 하는 솟은 봉이 있다.

물새가 많았다고 '새바우'. 새바우 남쪽의 '사부라무', 더 남쪽으로 삿갓처럼 생긴 '삿갓돌', 고등어처럼 생긴 '고등드미',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치솟은 '깎끼돌', 물밑에 잠긴 '물밑돌', 디딜방아처럼 생긴 '방으듬' 등등 두 마을 양쪽으로 주상절리를 끼고 있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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