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입력 2012-11-13 11: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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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몸에 날개를 단 괴물 스핑크스가 여행자에게 물었다. 발이 4개가 되기도 하고, 2개가 되기도 하고, 3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핑크스는 이 수수께끼에 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존재'라며 잡아먹었다.(알다시피 정답은 사람이다.) 이 이야기가 전하는 은유는 '사람아, 너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일 것이다.

스핑크스 이야기는 신화다. 신화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이 아니라, 세상사에 등장하는 사건 혹은 자연현상 중에 사람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나, 오래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사람이 꾸며 '신화' 혹은 '전설'이라는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면 '스핑크스의 밥'이 된다고 스스로 경계하도록 해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스핑크스가 살아야 할 장소는 각자의 '마음속'이다. 마음속의 스핑크스는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며,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느냐?'라고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살리는 것이다.

스핑크스는 자신이 낸 수수께끼에 답하지 못하는 사람을 잡아먹었다. 그러나 어느 날 여행자 오이디푸스가 정답을 말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이야기는 '스핑크스의 질문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선거의 계절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권자는 스핑크스와 닮은 구석이 있다. 후보자들을 향해 '너는 누구며,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기 때문이다. 대답에 따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스핑크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음속에 '어떤 정답'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답을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살려주고, 마음에 안 들면 잡아먹는다. 잔혹하지만 그래도 봐줄 만하다. 군중이 여행자의 길을 막아선 게 아니라, 후보자 스스로 군중의 질문에 답하고자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이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가 스핑크스를 닮았다. 국민의 질문에는 답이 없고, 오히려 국민에게 답을 요구하니 말이다. "대답은 국민이 하실 것."

이런 말은 그럴듯하나 옳지 않다. 비록 잔혹하더라도 국민이 스핑크스가 되고, 후보는 여행자가 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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