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많을수록 웃음꽃 두 배로 피어요"…대구시 '출산장려의 날'

입력 2012-11-13 10:14:46

다둥이 33가정 초청 행사…"아이들 양육·교육비 지원 출산장려 정책의

12일 오후 대구 제이스호텔에서 열린
12일 오후 대구 제이스호텔에서 열린 '출산장려의 날' 기념행사에서 7남매를 둔 오문규 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녀들은 3남 4녀로 첫째는 18살이며 막내는 생후 3개월 젖먹이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2일 오후 대구 동구 제이스호텔. 대구시가 '출산장려의 날'(11월 11일)을 맞아 다둥이 가족 33가정을 초청해 출산장려를 선포하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11월 11일은 '둘이 만나 둘 이상의 자녀를 낳자'는 뜻에서 대구시가 2008년 지정한 '출산장려의 날'이다.

이날 행사는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했듯 다둥이 가족 33가정이 모여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다둥이 가족은 만 18세 이하 자녀가 셋 이상 되는 가정을 말한다.

행사장에 모인 다둥이 가족은 최소 5명에서 최대 9명에 이른다. 이들 다둥이 가족에게는 몇몇 공통점이 있었다. 다둥이 가족의 엄마들은 모두 쉴 틈 없이 바쁘다. 함선아(42'여'대구 달서구 성당동) 씨는 3남 4녀를 둔 다둥이 엄마다. 유난히 아이를 좋아했던 함 씨 부부는 행운의 숫자 7을 완성하기 위해 7남매를 낳았다고 한다. 7남매 덕분에 함 씨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앉을 겨를이 없다. 고등학생 큰딸부터 한 살배기 막내딸까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함 씨는 오전 9시쯤 숟가락을 들 수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면 산더미같이 쌓인 집안일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많아 빨랫거리와 청소거리가 어마어마하다. 집안일을 마치고 고개를 들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갔던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된다. 다시 저녁 밥상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이처럼 다둥이 가족 엄마의 하루는 전쟁터가 따로 없지만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힘 역시 가족에게서 나온다. 함 씨네 가족들에게는 저마다 역할이 있다. 큰딸과 둘째 아들은 집안일을, 초등학생 셋째는 동생 세 명의 숙제와 등하굣길을 책임진다. 남편도 막내 아이를 재우는 것부터 밥상을 차리는 일을 거든다. 이날 행사 동안에도 12살 언니는 동생들의 음식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함 씨는 "가족의 숫자가 많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 숫자만큼 집안의 웃음소리도 커지고 행복도 배가 된다"며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웃어주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 큰 살림을 꾸려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웃었다.

고단한 하루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가족에게서 나오는 것은 함 씨네뿐만이 아니다. 7남매를 둔 박상미(44'여'서구 평리동) 씨도 마찬가지. 박 씨는 "이제 돌 된 막내와 여섯째는 큰딸이 학교까지 휴학한 채 엄마처럼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보살피고 있다"며 "동생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던 큰딸이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큰딸 최미정(21) 씨는 "동생들이 많아서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가족들 덕분에 힘든 일은 나누고 기쁜 일은 배가 될 수 있었다"며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둥이 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 양육비와 교육비다. 정부 지원을 받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에 여러 아이들을 남들처럼 모두 교육시키는 데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다둥이 가정이 많다.

6남매의 아버지 도재호(39'달서구 월성동) 씨는 자녀들을 학원에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도 씨는 "힘든 살림에 남들 하는 것만큼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항상 교육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아이들 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리는 것도 출산장려 정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4남매의 엄마 손현수(39'동구 신천동) 씨는 "가족이 많으면 여행과 외식, 운동을 함께하기가 힘들다"며 "가족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양육비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7남매의 아버지 오문규(46'달서구 성당동) 씨는 "형제들끼리 알콩달콩 지내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배려심, 인내심, 우애 등 가족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다"고 자랑했다.

대구시 이영선 사회복지여성국장은 "다둥이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행복도 누릴 수 있다"며 "이번 행사에 참석한 33가정의 행복을 본보기 삼아 대구시에 다둥이 가정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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