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걷기, 서 있기

입력 2012-11-12 11:13:57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인간이 하는 운동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운동이 '걷는 것'이라고 말한다. 걷는 데는 발 편한 운동화만 있으면 충분하다. 굳이 제주 올레길이나 유명한 걷기 코스가 아니더라도 걷기만 하면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걷기 운동과 관련된 연구 논문들을 분석해 보니 40세 이후에 빠른 걸음으로 걷기 운동을 하면 수명이 2~7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가 65만 명이라니 의심할 필요도 없다. 숨이 조금 가쁠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일주일에 150~299분 걸은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수명이 평균 3.4년, 300~450분인 사람은 4.5년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상 체중이든 과체중이든 심지어 비만이더라도 걷기 운동은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상 체중의 사람이 매주 150~299분 걷기 운동을 하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비만인에 비해 수명이 평균 7.2년 늘어난다니 말 그대로 '걷기 매직'이다.

하지만 아무리 걷거나 뛰는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앉아 있으면 심장을 감싸고 있는 심낭에 지방이 쌓여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인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당뇨병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지런히 걷고 앉아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건강의 가장 확실한 공식이다.

강원도 홍천군 종자산 자락에 자연 치유 캠프인 '힐리언스 선마을'을 세운 이시형 박사는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병 없이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걷고 명상하고, 소박한 식사와 숙면을 취하면 웬만한 병은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움직이기 싫어하고 실천하지 않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걷기만한 자연의학이 있을까 싶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 예찬'에서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계산법으로는 걸음으로써 얻는 것은 몸의 건강뿐이 아니다. 세상을 경험하고 영혼의 자유도 얻게 된다는 말이다. 걷는 결과가 이 정도로 크다면 '걸음이 사람 살린다'는 말은 백번 지당하다. 이제는 건강보험 적자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걸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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