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제 식구 경찰 수사 가로채서야

입력 2012-11-12 11:15:08

현직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과 검찰이 동시에 별도로 수사를 벌이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던 중 현직 김모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의혹을 발견, 수사에 들어가자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찰이 해당 검사를 소환하겠다고 하자 검찰은 소속 검사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대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다단계 사기 조희팔 사건에서 비롯된다. 조 씨는 지난 2004년부터 다단계 업체를 차려 사기 행각을 벌이다 들통나자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인물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3만여 명, 피해액은 4조 원에 이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대구 검찰은 어떤 이유에서건 자기 식구의 연루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몇몇 경찰 비리만 적발해 처벌했다.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고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이번처럼 검'경이 뇌물 수수 의혹 검사 수사를 두고 갈등을 빚는 초유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사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검찰뿐이다. 하지만 검찰은 과거 자발적으로 제 식구를 수사해 재판에 넘긴 적이 거의 없다. 늘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에도 꿋꿋이 버텼고 오늘날 국민에겐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집단처럼 비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두고도 자신들이 수사해야 하는 이유로 '검사가 수사를 더 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의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왜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선언하기 전에는 이를 하지 못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또 검사가 동료 검사를 수사해 내놓은 결과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이해해 줄 것인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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