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 지음/ 메디치 펴냄
1980년대 초반 일자 눈썹 붙이고 방망이 어깨 둘러메고 '음매 기살어!'를 외치던 순악질 여사 김미화는 묘비명에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쓰고 싶다고 늘 말한다. "어릴 적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코미디언이고, 죽는 순간에도 코미디언이길 원한다"는 그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김미화는 '투사'의 아이콘이 됐다. 세상이 그녀를 웃기게 내버려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여 년을 몸담았단 정통 코미디 분야에서 벗어나 MBC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을 맡으며 '시사하는 여자'로 변신한 지 근 10년. 그녀는 KBS 블랙리스트 사건을 시작으로 MBC 라디오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나야 했으며, 사찰 대상 연예인 명단에 오르내리는 등 언론과의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됐고 현재 80여 개 단체에서 우리사회의 '덜 혜택받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자청하는 이가 됐다.
이 책은 그녀가 '희극인'에서 '비극인'으로 전락하게 된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좌파 연예인'이라는 기사에 맞서 인터넷 매체와 소송을 벌이고, KBS의 고소로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던 당시 상황과 심경, 그리고 CBS '김미화의 여러분'을 통해 다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광대의 입은 꿰매려 해도 꿰매지지 않는다"는 그녀. 마이크를 뺏으면 끝일 줄 알았지만 김미화는 "안 그래도 입 크다고 소문난 입을 어떻게 막겠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말 되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어 나는 오늘도 말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은 억울함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진정 무대로 돌아가 세상을 웃기다 죽고 싶다는 바람을 독자들에게 털어놓는다. 250쪽. 1만3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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