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친구야! 기다린다
작년에 신랑이 작은 수술을 하는 바람에 대구 모 병원에서 며칠 지냈던 적이 있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마트에 들렀는데 판매직원 중 굉장히 낯이 익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중학교 다닐 때 내가 참 좋아했던 친구였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고 말도 그다지 많지 않은 착한 친구였다.
옛 모습이 남아있는 친구가 너무 반가워 달려가 아는 척을 하니 그 친구는 잠시 당황한 눈치를 보였지만 곧 서로의 안부를 묻고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뒤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런 자신의 모습을 들킨 것이 당황스러웠던 것 같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 잠깐이라도 만나고 싶었다. 문자도 하고 전화도 짧게 했지만 역시 더 긴 이야기는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친구란 그 어떤 위치에 있든 이해해주고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학창시절 똑같은 교복을 입었지만 지금은 제각기 사는 모습이 다르다. 우리의 잃어 버렸던 25년을 난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깊어가는 가을 돌아보니 유수 같은 세월들이 켜켜이 쌓인 낙엽들을 밟고 지나온 것처럼 흘러간다. 아쉬운 시간을 지금쯤 잡고 싶다.
살면서 그리웠던 이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난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 친구의 연락을, 다시 만날 그 시간을.
서경아(김천시 평화동)
♥수필2-"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회초리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지난 15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영어속담이다. 물론 과거에는 직접 회초리로써 학생들을 지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벌점을 주거나 그 벌점이 누적되면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으로 대체되어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손바닥 몇 대 정도 사랑의 회초리로 다스릴 때도 있었으나 올핸 가벼운 체벌도 삼간다. 요즘 학교에서는 체벌은 물론 손들고 서 있기나 엎드려 있기 등 간접 체벌도 없어졌다.
우리 반 40여 명의 학생들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캐릭터도 독특하다. 나무랄 일이 왜 없겠는가? 그때마다 상담일지를 기록하고 다음에 같은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도한다. 하지만 상담은 역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학교에서는 과거에 비해 엄하게 교육시키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엄한 교육은 이젠 학교보다 가정에서 시켜야 할 것 같다. 우리 집에서도 아이가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을 하면, 절에서 이용하는 회초리를 대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보다 엄하게 교육해야 할 학교에서는 전혀 회초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헷갈린다.
문형선(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시1-탱자
유자가 아니다
귤도 아니다
그래도
탱자는 슬퍼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업신여겨도
세상이 외면(外面)하더라도
탱자는 결코 슬퍼하지 않는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둥글어
마음가짐 또한 원만함에
언제나 비뚤어지지 않고 꿋꿋한 너희들
이 가을 날
노란 희망처럼 어여쁘게 달려
너희들만의 향기(香氣) 머금고
가을 닮아
안으로
안으로
성숙되어 가고 있구나!
정창섭(밀양시 삼문동)
♥시2-감을 따면서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안 떨어지려는 코흘리개 아이처럼
아무리 당겨도 꽉 잡고 놓지 않는다
애써 떼어 놓으려고
힘껏 당겼더니
그 굵은 가지가 뚝 부러진다
가슴이 아리다
팔이 잘리우는 고통 속에서도
자식을 잡은 손 절대로, 놓지 않는
엄마의 여윈 손을 본다
보청기 윙윙대는 소리에
아주 가끔씩 상상의 나래를 펴고
속엣 말 풀어놓는 팔순의 노모
이제 곧 물러 터질
그 홍시를 따려 한다
아들 곁이 제일 좋다며
어린애처럼 울음 터뜨리는 노모를
치매병원에 입원시키는 날
팔이 잘리면서도 놓지 않았던
여위고 쪼글쪼글한 그 가지를
이제 잘라 버리려 한다
장정인(김천시 남산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곽순분(김천시 남산동) 님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