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자"

입력 2012-11-07 07:11:23

21세기 글로벌 사회는 가수 싸이가 보여주듯,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각광받는 시기다. 그러나, 그러한 성과가 혼자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듯이, 팀플레이가 동시에 강조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역발전 정책도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추어 두 가지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하나는, 분권화 흐름이다. 이제는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생활을 결정할 수 있도록, 중앙에서 지방으로, 정부에서 민간으로 권한을 넘기려는 물줄기다. 다른 하나는 지역 사이에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을 기하려는 상생 발전의 흐름이다. 지역 간 연계협력은 상생 발전 전략의 핵심 요소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역이 함께 협력하여 서로 잘 사는 길을 찾아보자'는 뜻이다. 과거에는 서울만 바라보며 살았다면, 이제는 내 이웃을 바라보며 이웃과 서로 힘을 합쳐 윈윈(win-win)해 보자는 거다.

지역들은 지금까지 서로 지나칠 정도로 경쟁하는 일이 잦았다. 옆 지자체가 어떤 일을 하여 돈 좀 번다 싶으면 바로 베껴서 그 일에 끼어들었다. 결국은 둘 다 손해를 보고 끝나는 일이 많았다. 또 옆 지자체에 있는 시설이 우리 지역에 없다면, 우리 지역도 만들자고 나섰으나 어려운 살림 때문에 영세하고 소박한 수준의 시설물을 지어 결국 완공한 다음 날부터 활용이 문제가 되고, 운영비는 두고두고 짐 덩어리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지역 간 과당 경쟁, 과잉 투자 관행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인근 지역들이 힘을 합쳐 공동 자원을 만들고, 자원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며 잘 살아 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몇 해 동안 이 같은 취지를 지자체 간 연계협력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 왔다.

지역발전위원회는 현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지난해부터 십여 차례에 걸쳐 지역순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함양 산청 하동 장수 남원 곡성 구례 등 지리산권 7개 시군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리산문화권 관광연계 개발방안을 논의했다. 공주 청양 부여 연기 논산 서천 등 금강권 6개 시군은 백제권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에 관해 토론했다. 광양 순천 보성 남해 하동 등 남해안 남중권 5개 시군은 지역특산품 공동마케팅 방안을 모색하였다.

토론회를 통해서 서로 연계협력 사업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도 개선 과제를 끌어냈다. 개선 과제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힘을 합쳐 하나하나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고질적인 과당 경쟁이나 과잉 투자를 줄일 뿐만 아니라, 한 지자체 힘으로는 벅찬 일을 할 수도 있고, 공동 노력으로 지역 특화자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도 늘어나리라고 믿는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대로, 지역들이 상생 내지 동업한다는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고 힘을 합치면, 지금보다 훨씬 알찬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소기홍/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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