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본 지산지소 운동 - 메케몬 히로바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농촌도 살리는 일본의 지산지소'.
오사카에 사는 주부 기무라 아이코(35) 씨는 집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와카야마현의 농산물 직판장 '메케몬 히로바'를 2, 3주에 한 번꼴로 찾는다. 찾을 때마다 차 트렁크가 가득 찰 정도로 농산물을 구입한다. 그녀가 구입하는 농산물은 쌀부터 채소, 과일,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무라 씨는 "지난해 여행차 와카야마현에 들렀다가 메케몬 히로바에서 농산물을 구입한 뒤 자주 찾고 있다"며 "개장 시간에 맞춰 오면 농산물 생산자도 직접 만날 수 있어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더해준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이름의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농산물 직판장, 학교급식 등을 통해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줄이고 신뢰를 확보한 지산지소는 이제 일본인들의 생활이 되었다.
◆일본인들의 생활에 녹아든 지산지소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산지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 예산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농산물 직판장이 생겨났다. 농협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형 직판장부터 미치노에키(길 가의 역)라고 불리는 국도변 휴게소의 소규모 직판장까지 1만7천여 개(2009년 기준) 농산물 직판장에서는 연간 8천700억엔(약 11조8천억원)의 농산물이 팔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일본 농촌을 지나다 보면 흔하게 미치노에키 같은 작은 직판장들을 만날 수 있다.
급식도 지산지소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2008년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90% 이상의 초'중'고등학교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급식을 하고 있다. 지역기업들도 사원식당에서는 지역농산물을 사용한다.
지산지소는 당초 식생활 개선운동으로 시작됐다. 과다한 염분 섭취를 자제하고 균형잡힌 식단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농촌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정책적으로 지산지소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일본 농림수산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농민 및 소비자의 90%가 지산지소운동을 알고 있다. 그만큼 지산지소는 일본인에게 자연스러운 소비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최대의 농산물 직판장, '메케몬 히로바'
오사카에서 차로 1시간여 떨어진 와카야마현 하노카와시에는 지산지소 운동으로 탄생한 농산물 직판장 메케몬 히로바가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메케몬 히로바의 주차장에는 50~60대의 차가 주차돼 있었다. 매장 안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매장 규모는 1천㎡(약 300평) 규모로 크지 않지만 매장에는 평일 평균 2천 명, 주말에는 평균 3천500여 명의 손님들이 찾는다. 연간 매출액도 25억엔(약 340억원)을 훌쩍 넘는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비결은 신선한 농산물에 있다. 오카다 요시카즈 점장은 "신선한 농산물을 먹어 본 고객들은 대부분 매장을 다시 찾는다"며 "지역농민들이 이름을 걸고 내놓는 농산물이라 고객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점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2000년 문을 연 메케몬 히로바는 기노사토 JA(농협)에서 운영하는 직판장으로 생산자들이 농산물을 포장해 진열하면 매장 직원들이 물건을 관리하고 판매한다. 지역농가 10만8천 가구 중 10만6천 가구(98.1%)가 메케몬 히로바의 생산자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기노사토 JA는 수수료 15%를 제외한 판매수익의 85%를 농가에 지불한다. 생산자 회원 모리시타 요이치(68) 씨는 "메케몬 히로바에서는 제 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어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며 "상품성이 떨어져 다른 곳에서는 팔기 어려운 농산물도 메케몬 히로바에서는 적정 가격만 제시하면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전체 손님의 60% 정도가 차를 타고 오사카에서 이곳을 찾는다. 오사카 도심 인근에 대형마트가 있지만 농산물 품질 만큼은 메케몬 히로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사카에서 메케몬 히로바를 찾은 오오니시 게이코(57'여) 씨는 "농산물이 신선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 차를 타고 오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알뜰 구매가 가능하다"며 "이곳에서 농산물을 구입한 뒤로 건강이 좋아졌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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