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도리어 혹붙인 여야…서로 말꼬리 잡기식 공세

입력 2012-11-02 10:17:57

거센 역풍만…득보다 실

정치는 말의 미학이다. 미국 정치가 단적인 예다. 말을 잘하면 인정받고, 못하면 아웃(out)이다. 18대 대통령선거를 40여 일 남겨두고 정치권이 말꼬리를 붙들어 늘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이정현 공보단장은 지난달 29일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대선 후보가 혈세를 먹고 튀면 나라가 아니다. (먹튀방지법을) 투표시간 연장과 동시에 처리하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이 같은 제안을 전격 수용하자 이 공보단장은 "국회에서 함께 논의해 처리하자는 말이지 두 안을 교환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발을 뺐다. 당 지도부도 이 공보단장의 '개인의 뜻'이라며 거리를 뒀다. 박근혜 후보 역시 "당에 알아보니 이런 법을 낼 테니 이 법을 대신 통과시켜 달라고, 교환 조건으로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은 법이니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야지 개인이 법을 만들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1일 "정치가 장난인가"라는 단문으로 새누리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꾀를 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형국이다.

민주당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여성 대통령론'을 비난한 게 자충수가 됐다. 민주당은 박 후보가 "여성 대통령 당선만이 최고의 정치 쇄신"이라고 주장하자 "박 후보에게 과연 여성성이 있느냐"고 공박했다. "박 후보는 출산이나 보육, 교육, 장바구니 물가를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정성호 대변인), "박 후보는 박봉과 임금 차별로 힘겹게 일하는 직장 여성의 애환을 체험해본 적도 없고, 가정주부의 삶도 모른다. 오로지 공주로서 떠받들어지는 삶만을 살았다"(박광온 대변인)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일 선대위 회의에서 "야당은 박 후보에게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이 육아를 말한다고 했는데 이는 미혼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도 "생물학적으로만 여성, 염색체만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박 후보와 여성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권유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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