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대로…세상과 소통하는 법이죠"…노병열 전시회 누오보갤러리

입력 2012-11-02 07:06:04

노병열 작가는 중력을 이용해
노병열 작가는 중력을 이용해 '흐름'을 보여준다. 중력과 시간의 흐름은 그의 작품 속에서 정지된다. 노병열의 전시는 누오보갤러리에서 9일까지 열린다.

늘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시간은 늘 다르다.

작가 노병열은 시간과 중력의 교차지점을 묘하게 포착해내고 이를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누오보갤러리에서 9일까지 전시 중인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흐름'. 작가는 1999년부터 줄곧 흐름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물감을 칠한 후 이것을 의도적으로 기울여 둔다. 그러면 물감은 흘러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굳는다. 작가는 물감을 칠하고, 이를 뒤집어두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한다.

"작품의 프레임만 의도한 거죠. 나머지는 자연현상에 맡깁니다."

작가는 스스로 '몸과 직관으로 작품을 한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성찰하고 사색한 결과물이 작품이다. 어느 한 작품 한 점도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의 삶과 일치한다.

"작가는 세상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팔리는 건 차후의 문제죠. 작가가 세상을 관조하고 성찰할 때 작품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작품 위에 설치한 돌들도 1㎝쯤 땅에서 떨어져 있다. 이것은 세상과 작가의 거리다. 공중에 속하지도 않고 땅에 속하지도 않은 존재가 바로 작가 자신인 셈이다.

청도의 작업실에서 오직 작품만을 생각하며 걷거나 또는 작업한다. 그는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돌아옴'에 대해 사색한다.

작가는 '말' 이야기를 꺼낸다. "말들은 가끔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영혼이 아직 따라오지 못해 기다린다고 하더군요."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물감이 중력을 따라 이동하는 이 속도가 작가의 영혼이 움직이는 속도가 아닐까. 053)794-5454.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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