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KS 보기] 보내기 번트 3루 포스아웃 '순간의 승리'

입력 2012-11-01 10:18:58

반집으로 승부가 갈리는 최고수 바둑의 세계에선 한집의 차이로 깊은 고심을 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경기운영이 뛰어난 에이스급 투수에게 한 점을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속안타로 득점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고수들의 팽팽한 접전에선 홈런이나 안타보다는 수비와 주루 플레이의 차이에서 승부가 좌우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수비나 주루 플레이에서 고도의 정밀한 플레이가 동반되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인간의 발보다 공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야구가 동반되지 않으면 투지 넘치는 허슬 플레이도 통하지 않는다.

5차전은 승부의 분수령이 된 4회와 9회에서 섬세함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4회 한 점차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박정권이 시도한 보내기번트를 3루에서 포스아웃으로 처리한 박석민의 수비는 과감한 결단력과 정확한 실행력이 어우러진 절정 수비 그 자체였다.

인치(2.54㎝)의 싸움에서 얻은 아웃카운트 하나가 반전의 흐름을 차단한 것이다.

만일 2루 주자였던 최정이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3루에 먼저 도착했다면 승부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니 매순간 생각하는 정밀한 플레이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실감하는 것이다.

최정은 9회에도 자신의 3루타로 만든 절호의 득점 기회에서 후속 타자의 유격수 땅볼 때 홈에 쇄도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경우 무리해서 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정석이지만 투수가 오승환이라면 1사 후 후속타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만큼 전진한 유격수의 왼쪽으로 치우친 타구에 과감한 시도가 필요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원하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미리 생각하는 치밀한 과정이 필요하다. 내용에선 앞섰지만 결국 승부에선 진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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