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음료 '벌컥' 방전되는 청소년들

입력 2012-10-30 10:52:32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 정해인(가명·19·대구 동구 신천동) 양은 요즘 에너지음료인 'ㅎ' 제품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낸다. 하루 1캔은 기본이며 시험기간에는 에너지음료와 커피를 섞어 3, 4캔을 마신다. 정 양이 하루에 마시는 최대 카페인 양은 186.9㎎. 몸무게 50kg의 청소년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 125㎎을 훌쩍 넘는다. 정 양은 "처음에는 잠이 안 와서 마셨다"면서 "요즘은 많이 먹어도 잠이 오지는 않지만 습관적으로 찾아 마신다"고 했다.

고교생 전혜림(19'동구 신암동) 양도 에너지음료 마니아다. 전 양은 "주변에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친구들이 많다"며 "에너지음료를 마시면 심장이 뛰고 잠이 오지 않는 부작용도 있지만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 자주 마신다"고 했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음료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음료는 적절히 섭취하면 피로를 줄일 수 있지만 과다 복용하면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와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가 최근 전국 중고생 5천4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카페인 음료 소비실태에 따르면 전체의 39.6%가 한 달 안에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루에 한 병 이상 소비하는 경우도 18.0%에 달했다. 한 달 동안 10일 이상 마신 응답자는 12.5%였다. 청소년 10명 중 1명꼴로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에너지음료 제품은 15종이다. 이 중 4종은 카페인 함유량이 160~200mg으로 카페인 함유량 1~3위를 차지했다. 인기제품 'ㄹ'과 'ㅎ', 'ㅂ'는 각각 1캔당 61.85~78.05mg이었다.

높은 카페인 함유량 섭취를 우려해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카페인 함유량 고삐 조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호주는 에너지음료를 의약품으로 분류, 판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약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은 15세 이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미시간주 등은 18세 이하에게 에너지음료를 판매할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지원팀 장영주 조사관은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들이 집중력을 단시간에 높인다는 광고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며 "에너지음료라는 명칭 사용과 기능 표현에 대한 허위 과대광고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윤창호 가정의학과 교수는 "잦은 에너지음료 섭취로 인한 카페인 과다 함량은 수면 장애 및 식도염과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골격이 형성되는 성장기의 청소년은 카페인 축적이 성장에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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