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 말 하나는 잘들 한다. 원칙'신뢰'국민을 내세우는 박근혜 후보, 사람'공정'일자리를 내세우는 문재인 후보, 마음'진심'선의를 내세우는 안철수 후보.
이 사람들이 왜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잘들 쓰나 했더니 커튼 뒤에 '연설문 작성 팀'들이 있단다. 박 후보에겐 14년째 후보 따라다니며 연설문만 전문으로 써 바친 사람 등 10명 정도가 몰려있다. 문 캠프에는 노무현 시대 청와대 언론 담당 비서 등이 포진해 있다. 15명이나 된다. 안 캠프에도 7명이다. 주로 방송 프로그램 작가 출신 등 자타칭 말재간꾼들이다. 한마디로 후보 연설문이나, 공약, 기자회견, 길거리 대답 등 모든 '말' 만드는 일에 최고의 프로들만 가려 뽑아 놓았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세 후보 캠프에서 만들어내는 갖가지 회견문, 연설문, 답변들은 모든 국민들이 귀담아듣고 싶고 믿음이 가는 '말 같은 말'들이 돼야 한다. 그런데 세 후보와 그들의 '말 팀'들이 쏟아낸 공약과 말을 쓸어 담아놓고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을 넘어 팔도 비빔밥이다. 경제, 국방, 교육, 복지…. 기본 메뉴는 너나 나나 같을 수밖에 없는 한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해 속에서도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후보들과 '말 팀'들이 '반드시 해야 할 말'에는 벙어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야 할 말을 침묵하는 것은 말함으로써 받을 핍박과 손해를 겁내는 비겁함이거나 침묵을 통해 이득만 얻겠다는 위선, 둘 중 하나다.
세 후보와 말 팀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왜 다음 두 가지 말은 하지 않는가.
첫째 '봉하 마을을 수색해서라도 NLL 발언 진실을 밝히자'는 말, 그리고 '박정희 경제성장의 7공3과(七功三過) 중 지나간 3과만 따지려면 DJ와 노 정권의 7과3공(七過三功)도 따져보자'는 말이다.
이 두 가지는 백일몽 같은 포퓰리즘 복지 따위의 말잔치와는 뿌리가 다른 얘기다. 국민들이 반드시 들어야 할 후보들의 역사관, 국가관, 민주자유경제국가의 미래 정치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연결된 질문이다. 왜 입 다물고 피하는가. 벙어리들인가. 봉하 마을의 비자금 의혹과 국정 기록은 비호되고 박정희의 30년 전 자투리 과오만 끄집어내 질리도록 씹히고 휘둘리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의 정치 공약들은 포퓰리즘이 아닌 국민에게도 인내와 땀을 요구하는 공약들이었다. 근검절약하자며 '제2경제'를 요구하고 '새벽종이 울리면 너도나도 일어나 일터로 가자'고 독려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국민 스스로도 협동과 자조'자립정신을 가져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공약이 진짜 나라 장래를 '함께 약속하는' 공약(共約)이다. 그러나 오늘날 말 재주꾼들은 국민들도 함께하라는 의무를 제시하는 공동의 약속은 덮고 뭐든지 나눠주고 해주겠다는 공약(供約)만 쏟아낸다. 그런 그들이 봉하 마을에 가져다둔 국정기록을 수색해서라도 NLL의 진실을 밝히자는 말 같은 건 할 리가 없다. 박정희의 7공(七功)을 말하면 역적이라도 되는 줄 안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부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화록 하나만 놓고 보자. 전직 군 통치자가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 통치자와 군사경계 문제를 어떻게 약속하고 무엇을 교감했는지는 다음 국방 책임자들이 알아야 할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전략 요소다. 그걸 30년씩 덮어두자는 건 국방 전술을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잘못 박힌 대못은 뽑아내야 한다. 그것도 국가 안위가 걸린 국방과 안보에 관한 대못이라면 당장 뽑아야 된다. 국회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는데 100% 찬성으로 뽑아야 제대로 된 국회다. 그런 '해야 할 일'은 반대하고 구국영웅의 티끌만 한 흠만 트집 잡는 말재주는 국민의 양심을 무디게 만들고 속이는 공공의 적일 뿐이다.
해야 할 말은 하지 않는 입으로 '새해 소원이 MB대통령 급사(急死)다'고 막말이나 퍼붓는 세력들의 꽃노래 공약(供約) 속에 박정희 시대 공약(共約)의 진정성과 정직함이 있을 리 없다.
함께 만들자는 공약과 나눠만 주겠다는 공약을 구분 못 하는 대중의 앞날에는 꽃도 노래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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