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사관학교 6천여 명 배출…전문교육 받은 '젊은 리더'가 희망
농업도 이제 전문 경영인 시대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농업이 아니라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 경영인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후변화와 해외시장 개방, 직거래 활성화, 유기능 웰빙 열풍 등 생산 '유통 '소비 전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이에 발맞춰 경북도는 2007년 농민사관학교의 문을 열고 5천 명이 넘는 교육생을 배출했다. 또한 미래 경북농업을 이끌어 갈 '젊은 리더'를 양성하는 첫 걸음으로 농업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도 개편할 계획이다.
◆농업도 전문 경영인 시대
경북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에서 사과와 배 농사를 짓는 김연달(58) 씨는 2009년 정부로부터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2008년부터 3년간 수강했던 경북농민사관학교의 '초저농약 사과 생산 브랜드화' 수업 덕분이었다. 김 씨는 "30년 가까이 과수 재배를 해왔지만 사관학교 수업을 듣고 안 듣고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며 "겨울철 나무 관리와 꽃 따내기,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 농업인들은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나면서 부농의 꿈을 이루고 있다. 사과 0.8ha, 배 0.4ha를 재배하고 있는 김 씨는 연간 사과 2.5t과 배 1.4t을 수확해 연평균 1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그는 "수업을 듣기 전보다 30%가량 수익이 늘어났다"고 했다. 당귀 같은 한방 영양제를 물에 타서 과수 잎에 뿌리는 등 배운 내용을 현장에 접목하니 사과 색깔이 선명해지고 향도 깊어져 좋은 가격에 팔린다는 것. 올해 배 마이스터 수업을 듣고 있는 김 씨는 현재 9명인 경북농민사관학교 '전문농업경영사' 가운데 한 명이다. 전문농업경영사는 80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주어진다.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 구보남(55'여) 씨는 지난해 농촌 여성농산물가공창업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사과와 쑥, 자색고구마, 단호박, 보리, 쌀 등을 가공한 오색사과쌀 찐빵을 개발해 지난해 1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6천만원이던 매출이 2.5배나 늘어난 셈이다. 구 씨는 대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판로를 열었다.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서미자(53'여) 씨는 2008년 농산물가공경영자 및 컨설팅과정과 2011년 농어촌체험지도사과정을 거쳤다. 한방 크림, 한방 로션 등 18개 제품을 통해 2010년 4억3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5년 8천만원에서 5년간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서 씨는 와촌면 일대에서 재배되는 약용작물을 수매 계약해 중간 유통단계를 없앴다.
◆경북농업의 '심장', 농민사관학교
경북농민사관학교는 경북 농업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혈액이 심장을 통해 온몸에 퍼지듯 경북의 농업인들이 농민사관학교를 거쳐 경북 전역으로 뻗어가고 있다. 2007년 15개 과정에 교육생 456명으로 시작한 농민사관학교는 수료자가 지난해 말 현재 5천919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59개 과정 1천620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입학 경쟁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09년 1.23대 1이었던 경쟁률은 올해는 1.64대 1로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농기계운전 및 정비기능사' 과정은 40명 모집에 115명이 지원해 무려 2.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가 도입할 예정인 농기계등록제 및 면허제에 대비한 이 과정은 디젤기관의 기본 구조와 콤바인 및 건조기의 작동법, 전기용접, 자가 정비기술을 배운다. 굴착기와 지게차도 실습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조무제 경북농민사관학교 교육운영본부장은 "농촌 인력이 부족하고 재배 규모가 대규모화되면서 농기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돼 관련 수업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농어촌체험지도사와 농어촌관광 CEO 양성 과정 등 자격증 취득 과정에 대한 농민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임충규 경북대 생태관광전공 교수는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농촌 관광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사실을 농업인들이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비중이 높고 고소득 작물인 사과와 포도, 배, 시설채소 및 친환경채소, 버섯, 한우, 고추, 마늘 등은 '품목 마이스터 과정'을 통해 심화 교육이 이뤄진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말 산업 전문인력양성과 감 고부가가치 창출, 양잠곤충산업화, 인삼 고품질안정생산 등의 수업도 운영하고, 농업 환경변화에 따라 전통주 제조상품화과정과 과수가공 및 상품화과정, 맞춤형식품생산기술과정 등도 올 들어 새롭게 마련했다.
◆내일을 위한 '씨앗', 청년 리더
안동시 옥동 자율'특성화학교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는 2013년도 입학전형을 대폭 바꿨다. 핵심은 영농의지가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학과개편을 통해 현장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 6개과에 25명씩 모두 150명을 뽑는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가업 계승자점수'다. 교과성적, 출석, 봉사활동, 면접 등을 평가한 100점 만점에 학과별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가업계승자로 인정돼 가산점 20점이 더해진다.
내년부터는 현장견학과 체험중심의 교과과정도 도입된다. '과제연구' 과목이 모든 학과에 공통으로 신설된다. 여러 학과를 경험하면서 본인에게 적합한 작물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학년이 오를수록 현장 실습과 취업 준비가 더해진다. 농민사관학교와 연계한 인턴십이 제공되고, 경북농업기술원의 연구사와 농업인 CEO들이 학생들과 1대1 멘토링을 맺는다.
고교의 입학전형 변경과 학과개편은 김천생명과학고와 한국산림과학고, 해양과학고 등도 함께 진행됐다. 배경에는 경북도가 지난 8월 발표한 '경북농어업 청년리더 1만 명 양성 프로젝트'가 있다. 농업 인력의 고령화와 농가인구 감소 등 경북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5년에 걸쳐 정예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고등학생들이 미래 농업인이 되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우선 영농기반 자금으로 2억원까지 저리로 대출해준다. 연이율 3% 가운데 2%는 경북도가 보전해 실제 연 1%의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에겐 연간 500만원씩 3년 동안 1천500만원을 창업자금으로 지원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을 통해 10년간 이자 없이 농지를 임대받을 수 있다. 홍승도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 교무부장은 "학부모들이 농업 특성화 고등학교를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하고, 식품이나 산업기술 등 학과의 특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 영농 정착이 쉽지 않다"며 "학생들에겐 생산된 농산물을 어떻게 팔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다. 청년 농업인들의 농산물을 매입해 유통하는 정책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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