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뉴욕 큐레이터 분투기

입력 2012-10-27 10:03:37

지금 미술관에는 여성 큐레이터가 남성보다 더 많다. 하지만 여성 큐레이터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마샤 터커는 미국 현대 미술을 이끈 장본인이자 휘트니 미술관 최초의 여성 큐레이터다. 그리고 뉴욕 최초의 동시대 미술 갤러리 뉴뮤지엄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던 1960년대, 마샤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냉정한 현실을 이겨내야 했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동시대 미술의 활로를 열기 위해 대담한 모험을 펼쳤다.

1960년대 초 학생으로 집안의 가장이 된 마샤 터커는 화가 빌 코플리의 집에서 개인 비서로 일한다. 이것은 그 자신과 미국 현대미술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화가를 꿈꾸던 마샤에게 큐레이터라는 길을 보여주었고, 현대미술이라는 매력적인 분야에 눈을 뜨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르네 마그리트, 마르셀 뒤샹, 만 레이 등 당대 예술가들이 막역하게 지냈던 빌 코플리의 집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들과 교류하며 안목과 식견을 높여 휘트니 미술관 최초의 여성 큐레이터로 일하게 됐다. 하지만 '너무 낯설고 실험적인 기획'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했고, 그는 뉴욕 최초의 새로운 미술관인 '뉴 미술관'을 짓고 관장으로 활약한다. 다양한 기획 전시로 작가들을 발굴해내고, 초야에 묻힌 예술가를 찾아내기 위해 미국 전역을 횡단하는 일도 종종 했다. 또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인 남녀차별을 없애기 위해 퍼포먼스를 펼치며 여성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예술가로서, 큐레이터로서, 여성으로서 열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미국 현대미술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다. 384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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