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사서집주

입력 2012-10-27 10:10:26

'사서'는 4개의 유학고전을 묶어 말하는 것이다. 즉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이렇게 4권을 말한다. '집주'라고 하는 것은 이 4권의 책에 송 나라 주자(주희)가 주석을 모아 붙였다는 뜻이다. 자기 이전의 주석을 검토하여 취사선택하고, 거기에 자기의 주석을 붙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위의 4권에 대한 번역본은 전적으로 이 주자의 '집주'에 의해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 주석이 근세 '성리학'(주자학)을 대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서집주'(이하 '집주')를 하나의 고전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옛날 사람은 고전에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자기 사상을 피력하였으므로 이 '집주'는 성리학을 나타낸다.

공자의 현세적인 일상 윤리의 근거를 우주의 법칙에서 찾았다. 우주 차원에서의 인간의 존재 의의, 도덕적 행위의 우주적 의의를 일관되게 설명하여 공자 유학 사상의 체계를 마련하려 했다. 예를 들면 공자의 인(仁)을 '우리 마음의 완전한 덕성'이라 하고, 맹자의 '성선'(본성이 착하다)을 '성은 인간이 탄생한 이치(理)로서 하늘로부터 선천적으로 품부 받은 지극한 선(善)'이라고 해석하였다. 또 '대학'의 '격물치지'와 '중용'의 인간 심리의 다이나믹한 작용에 착안한 것도 그런 취지다. 이 '집주'가 원 나라 왕조에서 과거 시험의 공식 기준이 됨으로써 그 이후 중국(명, 청 나라)과 우리나라(조선조)에서 학문의 기준이 되었다. 이를 '어용'(국가 이데올로기)이라 하는데, 왕의 입장에서는 통치의 유효한 방법을 찾은 것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사상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고, 세계관과 인간관을 '유학'이라는 '종교적' 해석에 국한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많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비판과 저항을 불러왔다. 성리학이 불교와 도가사상에 대항하여 공맹사상을 리바이벌한다고 했지만, 그 영향 또한 받았으므로 관념철학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었는데, 유교의 '종교철학'이라 할 만하다. '집주'가 완성됨으로써 일상의 실천 규범으로서의 공자, 맹자의 사상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었는데, 그 기저는 '우주론적 형이상학'이어서 지성인에게는 만족스러운 텍스트를 제공했으나, 일반 민중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고 오히려 억압적이었다. 이 '집주'는 마치 토마스 아퀴나스가 그리스 철학을 빌려 기독교 교리를 체계화한 것과 같다고 할수 있다. 주자가 이 4개의 텍스트를 읽는 순서를 말하였는데,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순이다. 대학으로 유학의 개론을 먼저 알고, 공자와 맹자의 말을 직접 들어 보고, 마지막에 중용을 읽어 유학의 깊이, 즉 철학이면서, 종교이고, 현세 도덕규범이면서 그 속에 우주론적 큰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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