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이야기] "졸업 축하" 어머니의 금일봉

입력 2012-10-26 07:38:10

33년 전, 46세 젊은 나이의 아버지는 어린 딸들과 여리고 힘없는 여인을 세상에 덩그러니 두고 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엄마 나이 38세. 지금 나보다 훨씬 젊으신 나이에 미망인이 되어 세상이 주는 온갖 서러움, 온갖 아픔 다 겪으시며 어린 우리들 다칠세라 뒤처질세라 뭐하나 부족할세라, 채워주심에 파란 청춘 다 바치신 엄마였다. 이제 빛바랜 흑백 사진마냥 추억으로 살아가는 할머니가 되셨다. 한 번씩 여쭤본다.

"엄마, 아부지 보고 싶고 그립지 않아?"

"그립긴 뭐가 그립노. 영감탱이, 뭐시 그키 바빠서"라며 말문을 닫으신다.

왜 그립지 않으실까! 뼈가 녹을 만큼 그립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 앞에서 절대 냉정을 고집하신다. 이제 그 속마음 표현하셔도 괜찮으신데.

올해 초 마흔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대학공부를 마친 나에게 금일봉을 주셨다. 다친 손이기에 늘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한 획 한 획 잔 곡선이 선연한 문장들. '착한 우리 딸, 졸업 축하한다.'아직도 난 그 봉투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늘 엄마의 따뜻한 정이 담겨있는 금일봉 봉투는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오늘도 그 봉투를 꺼내 보다 엄마생각을 한다. 엄마! 오래 오래 건강하고 즐겁게 사세요.

엄마만큼 훌륭한 엄마가 되는 건 어렵고 엄마 명성에 버금가는 훌륭한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해요 엄마.

김창희(대구 수성구 범어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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