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홈런 진기록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약간 비켜 맞았지만 손목이 들어가 홈런이 될 줄 알았다. 2점 홈런이라 더욱 기뻤다."
10년이 지났지만 역시 이승엽이었다. '볼넷으로 걸어 나가서라도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던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24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이 홈런 한 방으로 이승엽은 1차전 MVP에 선정됐다.
1회 이승엽은 주자를 1루에 두고 타석에 들어서 SK 와이번스 선발투수 윤희상의 128㎞ 포크볼을 밀어 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승엽은 1루 베이스를 돌며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마치 필름을 10년 전으로 돌린 듯한 장면이었다. 이승엽은 10년 전인 2002년 11월 10일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3점 동점 홈런을 터뜨린 뒤에도 팔을 치켜들며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1루 베이스를 돌려고 할 때 팔이 저절로 올라갔다. 선취점을 올리는 중요한 홈런이라 그랬던 것 같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은 10년 만의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이란 진기록을 만들었다. 2002년엔 한국시리즈 마지막 타석, 그리고 2012년엔 한국시리즈 첫 타석. 비록 10년이란 세월의 틈이 있었지만, 홈런이 주는 무게감과 감격은 전혀 변한 게 없었다.
공교롭게도 2002년 LG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던 SK 조인성은 팀을 옮겨 밟게 된 한국시리즈 무대서 또다시 이승엽이 친 홈런 공의 궤적을 바라보는 기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홈플레이트 앞에서의 장면만 본다면 정말로 10년 전 그대로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네 차례 자체 평가전에서 타율 0.375(6타수 6안타)에 3타점 3득점 1도루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삼성이 마련한 우승기원 행사 때 '여비'의 정기를 이어받은 생후 3개월 된 아기사자를 끌어안으며 사자의 용맹스런 기운이 전해져 오길 바랐다. 여비는 1999년 8월 이승엽이 43호로 국내 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사자로 홈런 신기록을 기념하려 이승엽의 이름 끝 자를 따 붙였다.
홈런을 보탠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통산 13번째 홈런을 기록,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함께 이 부문 최다기록 타이 주인공이 됐다. 이승엽은 "가벼운 마음으로 1차전을 치렀다. 10년 전에 비해 힘은 떨어졌지만 WBC, 올림픽 등 큰 경기 경험 면에서는 그때보다 나아졌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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