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애정은 절대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그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 보여온 원칙과 소신, 도덕성과 국민들에 대한 사랑이 또 다른 축을 형성한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박 후보가 유세 지원하러 온다는 소식만 들려도 지지율이 껑충 뛰었고, 경쟁 후보들은 경기가 들린 듯 아연실색했다. 오죽하면 내 선거 전략보다 박 후보가 지원 유세를 오는지 안 오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을까.
상당수 지역민들은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고대한다. 현재로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후보와 그 진영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행태를 보면 솔직히 너무 실망스럽다. 이래 가지고 대권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불안함에다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갈등 조정 능력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지역에서도 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아주 보수적이고 친새누리당 정서를 가진 한 지인은 필자에게 박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각각 평가하면서 요즘 박 후보 진영을 보면 너무 불안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에 너무 집착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이나 교훈 없이 현재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튼튼한 기반 없이 밝은 미래가 없다는 점에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인식이나 비전이 모두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나 현재에 얽매여 안주하거나, 아니면 과거와 현재를 등한시한 채 막연하게 미래만 바라본다면 어떤 경우라도 개인이나 국가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불행히도 지역민들이 기대하는 박 후보는 '부정적인' 과거형 후보, 다시 말해서 소통 부재형 후보로 점점 낙인찍히고 있는 모양새다.
인혁당 등 과거사 사과 발언 이후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를 말할 것으로 기대됐던 그는 좀처럼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해 본인의 무관함만 강조하는 입장 표명으로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담은 기자회견 직후 '(부일장학회에 대한) 강압이 없다고 얘기한 것은 잘못 말한 것'이라고 번복한 점도 박 후보 인식의 단면을 볼 수 있게 한다. 지난달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존재한다'고 말한 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소유주였던 고(故) 김지태 씨에 대해 논란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친일 행적' '부정 축재' 등을 들고 나와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박 후보 진영의 행태도 오히려 꼼수라는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박 후보는 또 과거사에 대한 인식 못지않게 불통(不通)의 이미지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직전까지 선대위 공식 공보 라인조차 발표 내용을 정확히 모르게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등 캠프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사 문제에서 빨리 벗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진 후 그게 정책으로 발표되는 박 후보 진영의 모습을 기대하는 지역민들이 많다. 여기다 지역민들은 잡아놓은 물고기인 것처럼 방치하지 말고 지역 발전에 대한 공약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중앙 집중이 날로 가속화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올바른 현실 인식과 소통 못지않게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보여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앙만 비대해지고 지방은 날로 고사해가는 형국은 팔, 다리, 머리 등은 영양 공급과 근육 형성이 제대로 안 돼 마르는데 배만 계속 불러가는 기형적 신체와 다름 아니다. 중앙정부의 권력 집중화는 16개 지방정부에 무력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거사'에만 얽매여 정책이 실종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지방의 목소리가 절절하다. 수도권만 배 불릴 수 있는 잘못된 분권을 보완할 균형발전 전략도 필수적이다. 분권과 균형발전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지방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박 후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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