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라는 말이 이 경우에 적절한지 모르겠다. 불산이라는 가스(불화수소)가 구미와 전국을 보름이 넘도록 뒤흔들어 놓고 있다. 불산가스란 물질이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정도로 위험물질이었는가에 한 번 놀라고, 이토록 위험한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소홀히 취급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사고로부터 보름이 넘게 지난 지금, 환경부중앙사고수습본부, 대구지방환경청 등이 대기'수질'토양에 대해 불산 함유량을 조사한 자료에는 기준치 이하로 나왔지만, 여전히 피해지역 주민들은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놀란 가슴이 이제 조금 진정되었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 각종 대책이 빠르게 마련돼 가고 있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아직도 발생 원인의 책임 관계, 보상 문제 등으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금전적 보상은 조만간 해결될 터이고, 불산가스에 노출된 시민들도 지속적인 치료로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문제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사고지역인 봉산리'임천리와는 상관없는 구미지역 전체 농산물까지 그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는 데 있다.
정부 조사에 의하면 수질에서, 토양에서, 대기에서 불산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가운데 유영숙 환경부장관은 "농산물은 고사되었지만 그 불소화합물 자체는 안정화되었고, 토양 또한 불산이 토양 중에 있는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결합하여 안전한 화합물로 결합되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한 2차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적어도 피해지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이상 징후가 없는 그 밖의 지역 농산물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하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이제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구미의 농산물을 구입하는데 주저함은 필요치 않다고 본다. 농협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단체가 구미 농산물 유통에 대해 대책을 논하고, 구미시에서 구미 농산물의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고 판촉을 지원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학계의 의견과 정부의 발표를 믿고 이전처럼 구미농산물을 소비해 주는 것이 가스 누출사고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구미 농산물을 보고 놀라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불산보다 심각한 문제는 불신이다.
김기해/농협 구미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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