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가로등 없어 이용 불편…화장실 숫자도 늘려야
22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 노곡교 아래를 흐르는 금호강 한가운데에 펼쳐진 대규모 코스모스 공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만발한 코스모스를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활짝 핀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대구권 금호강 오염의 골칫거리였던 금호강 하중도(河中島'강 중간에 있는 섬)가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코스모스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얼마 전까지 하중도는 하우스 채소를 재배하던 곳이었다. 채소 재배에 사용되던 퇴비와 비료에 함유된 질소'인은 금호강 주요 오염원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금호강 수질 개선을 위해 금호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하나로 2010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사업비 260억원을 들여 하중도 정비에 나섰다. 섬에 있는 사유지를 사들여 설치된 562동의 비닐하우스를 모두 철거했다. 하중도 전체 면적 22만3천800㎡(6만7천800평) 가운데 하중도 상류 쪽 16만6천㎡(5만300평)에 일반 코스모스와 황색 코스모스를 심었다. 섬 가장자리에는 산책길을 만들어 시민들이 오갈 수 있게 했다.
하중도를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는 진입통로도 마련했다. 서변대교와 팔달교 사이에 위치한 하중도는 신천대로 서대구IC에서 북대구IC로 들어가다 보면 볼 수 있다. 대구시는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하중도 진입교와 차량 3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설치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노곡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노곡교 계단을 이용하면 하중도에 들어갈 수 있다.
윤미향(40'여'북구 동천동) 씨는 "코스모스의 계절인 가을을 만끽하려고 친구들과 하중도를 찾았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코스모스 공원을 다시 찾아와 추억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공원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단 하나도 없었다. 가로등도 없어 야간에 공원에 가기는 위험하다. 남녀 간이화장실이 각각 2개뿐이어서 시민들은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김경숙(40'여'북구 동천동) 씨는 "코스모스 말고는 공원에 볼거리가 없어 아쉽다"며 "공원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계절 내내 공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곡동 주민 박창동(53) 씨는 "코스모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주차할 공간을 찾아 동네에 들어와 불법주차를 하는 바람에 주말이면 동네가 차량으로 꽉 찬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코스모스 공원 이후 하중도 이용 방안과 편의시설 설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중도가 상습 침수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중도의 높이는 25.5m로 금호강의 홍수위 28.4m보다 낮다. 강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하중도가 물에 잠겨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것.
대구시의회 이재술 의장은 "현재 전체 면적 22만3천800㎡ 규모의 하중도를 약 16만㎡로 줄이고 흙을 돋우어 하중도의 높이를 높인다면 침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시민편의시설을 설치하면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당초 하중도 정비 사업은 하천정비구역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농작물 경작에 따른 수질개선을 위해 하천구역에 편입된 지역이다"며 "하중도를 높이고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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