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대구를 방문하니 눈물이 납니다."
도마(토마스)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황은실(81) 여사가 22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를 예방한 자리에서 대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쏟아냈다. "피란 시절에 대구로 내려와 계산성당 앞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한 의사가 방 한 칸을 내어주었고, 그곳에서 세 모녀가 함께 지냈습니다." 황 여사는 계산성당의 신부가 자신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기 위해 타이프라이트를 가르쳐주던 기억을 떠올렸다.
조환길 대주교는 안중근 의사와 대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안중근 의사는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서상돈 선생과 함께했으며, 대구로 내려와 이와 관련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안 의사는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두고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뜨리는 의거를 했고, 뤼순 감옥에서도 성채와 고해성사를 받고자 했습니다."
황 여사는 또 "외할아버지는 이토 히로부미라는 개인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동양 평화사상에 입각해 당시 일본이 동아시아 전체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항거한 것"이라며 "외할아버지를 재조명하고 추모하기 위한 대한민국과 중국 정부의 노력을 보면서 크게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 여사는 또 자신의 어머니 안현생(1902~1959) 여사가 대구로 피란 와서 불문과 교수로 재직했던 대구가톨릭대(전 효성여대)에서 '황은실 여사를 통해 본 안중근 의사의 일생'이란 주제로 23일 간담회를 갖는다. 그는 간담회에 앞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들었던 얘기와 대구에서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들려 주려 합니다."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는 황 여사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동안 대구가톨릭대 이경규 안중근연구소장(역사교육과 교수)과 안중근의사기념관 관계자, 그리고 대구가톨릭대 학생들과 함께 중국 하얼빈을 방문해, 의거가 일어난 장소와 뤼순 감옥 등을 둘러본 후 대구로 왔다. 조환길 대주교는 대구대교구를 방문한 황 여사에게 방문 기념으로 자수정 묵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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