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전산논리학의 응용

입력 2012-10-23 08:00:00

BC 100년 즈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클리드의
BC 100년 즈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클리드의 '원론' 중 일부. 포스텍 박성우 교수 제공

논리학은 주어진 문장의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과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참과 거짓을 판별할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은 명제(proposition),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과정은 추론(reasoning)이라고 한다. 어떤 형태의 문장을 명제로 허용하는지에 따라서 논리의 범위가 정해지고, 어떤 추론 과정을 허용하는지에 따라 논리에서 인정하는 참의 의미가 결정된다. 이렇게 특정 논리 체계는 명제와 추론 과정에 대한 정의로 구성된다.

어떤 문장이 명제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문장이 참이라는 증명(proof)을 추론을 통해 제시했을 때 그 증명이 올바른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1과 1의 합은 2다'라는 문장이 명제로 허용되는 이유는 산술법칙에 어긋나지 않게 증명을 진행했는지를 검사함으로써 증명이 올바른지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 경우로 '푸른색은 흰색보다 아름답다'라는 문장은 '아름답다'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명제로 인정되지 않는다.

논리학자들은 명제를 표현하는 언어의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왔다. '… 그리고 …', '… 또는 …', '만약 …이면 …이다'로 이뤄진 논리 접속사가 전통적으로 이용됐고, '모든 x에 대해 …'와 '…한 어떤 x가 존재한다' 형태의 명제도 도입됐다. 논리학 응용 분야에 따라서는 '항상 …', '때로는 …', '어디서나 …', '어딘가에서 …' 형태의 표현도 명제에 허용된다.

명제를 표현하는 언어가 결정되면 추론 과정을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완성된 삼단 논법의 경우 첫째 '모든 x는 성질 A를 만족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증명과 'y는 x의 일종이다'라는 명제가 참이라는 증명이 주어졌을 때 'y는 성질 A를 만족한다'라는 명제가 참이라는 증명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논리학의 모든 과정은 결국은 인간의 자연 언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기호(symbol)를 이용하면 복잡한 명제를 간단하게 표현하고 추론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가 내린다'라는 명제를 기호 A로 나타내고 '1과 1의 합은 2다'라는 명제를 기호 B로 나타낸다고 하자. '그리고'는 ∧, '또는'은 ∨, '만약 …이면 …이다'는 …⊃…의 기호로 나타낸다면 A∧B, A∨B, A⊃B 등으로 복잡한 명제를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기호를 이용해 명제를 표현하고 추론 과정을 설명하는 학문이 기호논리학(symbolic logic)이다. 전산논리학(logic in computer science)은 기호논리학을 확장한 것으로 컴퓨터의 계산 능력을 이용, 추론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추론 과정은 자연 언어로 표현된 명제에 대한 추론 과정과 궁극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너무 복잡해 자연 언어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추론 과정과 방대한 분량의 명제들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1세기 들어 컴퓨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전산논리학의 영향은 학계와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전산논리학의 연구 결과는 컴퓨터 하드웨어 설계, 소프트웨어 작동을 검증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이용된다. 또한 전산논리학은 수학의 연구 방법론마저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전산논리학은 기호논리학에 뿌리를 둔 순수 학문으로서도 매력이 있지만 공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응용 학문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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